우리은하를 초속 약 450㎞로 폭주하는 초고속 항성(hypervelocity star, HVS, 초고속별)이 관측 장비에 잡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연구팀은 최근 국제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를 통해 새로 포착한 초고속별 'CWISE J1249+3621'을 소개했다. 아마추어 천문학자들이 처음 확인한 'CWISE J1249+3621'은 UCSD 연구팀에 의해 최근 정밀 관측이 이뤄졌다.
하와이 마우나케아 산정의 켁 망원경으로 'CWISE J1249+3621'을 관찰한 연구팀은 그 정체가 갈색왜성이며, 지구가 아닌 우리은하 중심부를 향해 돌진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속도가 지금까지 관측된 초고속별보다 빨라 결국 우리은하를 탈출할 가능성이 점쳐졌다.
UCSD 행성학자 애덤 버가서 연구원은 "'CWISE J1249+3621'의 질량은 태양의 약 8%로 항성과 갈색왜성의 경계"라며 "지구에서 400광년으로 천문학적으로는 상당히 가까워 대기를 분석하면 기원에 관한 힌트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CWISE J1249+3621'의 질량은 지금까지 발견된 초고속별 중에서 가장 작다. 우리은하의 막대한 중력을 이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CWISE J1249+3621'은 태양으로부터 수천 광년이나 떨어졌던 이전 초고속별과 비교해 유례 없이 지구와 가깝다.
'CWISE J1249+3621'의 대기를 분석한 연구팀은 일반 갈색왜성과 다른 화학 조성을 확인했다. 목성형 행성보다 크지만 적색왜성보다 작은 갈색왜성은 경수소 핵융합을 일으킬 수 없는 초저질량 천체로 분류된다.
애덤 버가서 연구원은 "20년 전 처음 발견된 초고속별은 태양 질량의 50배에 달하는 O형 별과 16배 정도인 B형 별뿐이었다"며 "초고속별 자체가 드물고 지구에서 상당히 멀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초고속별의 다양성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CWISE J1249+3621'의 엄청난 속도와 관련, 몇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이 초고속별이 우리은하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궁수자리 A*)에 접근해 튕겨나갔다가 엄청난 속도로 유턴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애덤 버가서 연구원은 "'CWISE J1249+3621'이 백색왜성과 쌍성이었다 분리됐을 수도 있고, 원래 구상성단에 속했다가 중심부 블랙홀에 의해 퇴출됐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학계는 'CWISE J1249+3621' 같은 갈색왜성이 상당히 드물 것으로 생각되지만, 워낙 차갑고 어두워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수 있다고 봤다. 애덤 버가서 연구원 역시 "'CWISE J1249+3621'이 태양의 1만 배나 어둡고 대부분의 빛이 적외선인 점에서 우리 근처에는 보다 많은 초고속별이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