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는 일조량이 적은 동료를 돕기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자들은 이 같은 해바라기의 움직임을 춤에 비유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식물학자 야스민 메로즈 박사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해바라기가 동료끼리 그늘을 만들지 않도록 최적의 위치를 찾아 춤을 추며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해바라기처럼 개체가 밀집해 자라나는 식물은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땅에 뿌리가 박힌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지만, 해바라기는 주위 상황을 감지하고 동료가 만드는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름 필사적이다.
연구팀은 해바라기를 많이 심으면 지그재그로 성장하는 점에 주목했다. 개체들이 이런 형태로 자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의심한 연구팀은 장기간 해바라기의 생태를 관찰했다.
야스민 박사는 "해바라기 하나가 앞으로 나서면 다른 하나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확인했다"며 "해바라기들은 이런 방법으로 서로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을 막고 그룹 전체의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했다"고 전했다.
박사는 "원래 식물은 건물 같은 인공물의 그림자와 식물의 그림자를 구분할 수 있다"며 "자신에게 드리운 그림자가 인공물에 의한 것일 경우 움직여도 의미가 없어 성장 방향을 바꾸지 않지만 식물의 그림자는 벗어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해바라기가 보여준 움직임이 원래 식물들의 특성이지만, 일사불란한 팀워크는 의외라는 입장이다. 야스민 박사는 "해바라기들은 무작위가 아니라 서로 최적의 성장 패턴을 만들기 위해 움직였다"며 "이는 해바라기를 밀집해 키우고 몇 분마다 촬영한 장기 실험에서 분명히 확인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저속 촬영한 수많은 사진을 기초로 동영상을 만들어 관찰한 연구팀은 해바라기의 매력적인 '춤'을 관찰했다. 식물의 줄기나 뿌리는 나선을 그리듯 성장(회선운동)한다. 이는 다윈이 발견한 사실인데, 일부 덩굴성 식물을 제외하면 그것이 우연인지, 성장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야스민 박사는 "해바라기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 작은 스텝부터 몇 분에 2㎝나 움직이는 큰 스텝을 밟으며 춤추듯 동료가 그늘지지 않도록 배려했다"며 "이 움직임을 통계적으로 정량화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무작위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그룹 전체의 그림자가 최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