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전 인류도 거대한 돌을 옮기고 쌓는 나름 고도의 건축공학 지식을 가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해양학센터(COC) 연구팀은 지난달 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스페인 안달루시아 안테케라에 자리한 고대 건축물 멩가 고인돌(Dolmen of Menga)이 인류의 놀라운 지식수준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멩가 고인돌은 커다란 바위를 쌓은 고대 거석묘의 일종으로 사용된 돌 하나의 최대 무게가 150t에 달한다. 이만한 돌을 사람들이 어떻게 운반하고 층층이 쌓았는지 학계의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COC 호세 안토니오 로사노 로드리게즈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당시 인류가 고도의 기술과 지식을 갖고 복잡한 공학적 문제를 해결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며 "멩가 고인돌은 이베리아반도 남부 사람들의 지력과 기술력, 실천력이 탄생시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멩가 고인돌의 석실 내부. 돌기둥 3개를 배치해 천장 무게를 버텼다. <사진=COC·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공식 홈페이지>

기원전 3800~3600년경 세워진 멩가 고인돌은 가로 5m, 깊이 27.5m, 높이 4m의 크고 길쭉한 석실 구조다. 벽과 천장 모두 거석을 쌓아 만들었고 천장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돌기둥 3개를 배치했다.

호세 박사는 "멩가 고인돌을 구성하는 바위는 모두 32개로 총중량은 약 1140t이나 된다"며 "절기의 변화에 맞춰 고인돌 벽을 비대칭으로 설계한 점, 부드러운 퇴적암인 석회석을 현장에서 약 1㎞ 떨어진 채석장에서 가져온 점은 이들의 지식과 기술 수준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박사는 "퇴적학, 고고학, 고생물학, 암석학 관점에서 분석한 결과 당시 사람들은 거대한 바위를 잘라내고 운반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거석을 운반했다는 점에서 당시 사람들은 아마 마찰에 대한 탄탄한 지식까지 가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멩가 고인돌의 위치(A) 및 입구(B). C~E는 내부 구조를 보여준다. <사진=COC·사이언스 어드밴시스 공식 홈페이지>

특히 "채석장이 현장보다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가속과 제동에 대한 지식도 필요해 보인다"며 "동원된 돌이 잘 부서진다는 점에서 거석을 현장에 옮긴 것 자체가 놀랍다"고 평가했다.

분석 결과 거석들은 불과 수 ㎜ 단위로 정밀하게 맞물렸고 힘을 골고루 분산하는 아치 형태다. 연구팀은 여기서 고인돌 설치 방법과 순서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균형을 잡는 추와 경사로를 이용해 거석을 원하는 위치까지 조심스럽게 가져온 고대인들은 지레를 사용해 돌을 세운 뒤 옮겼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호세 박사는 "자재의 중량 문제는 거대 건축물 설계의 최대 난제 중 하나인데, 고대인은 고인돌 내부에 기반이 되는 돌을 넣어 이를 해결했다"며 "훌륭한 건설 기술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의 창의력에 대한 편견 없는 시각을 갖게 하는 건축물"이라고 극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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