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명물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당시 발견된 의문의 납관 속 시신의 신원이 2년 만에 밝혀졌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4월 15일 발생한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불탔는데, 2022년 재건 과정에서 마루 밑의 납관 2개가 발견됐다. 한쪽 납관은 망자의 명판이 붙어 있었지만 나머지 납관 속 유해는 그간 신원 미상이었다.

프랑스 국립 고고학연구소(INRAP)는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 바닥 아래 잠들어 있던 납관 속 시신이 르네상스 시대 활동한 시인 조아생 뒤 벨레라고 발표했다.

조아생 뒤 벨레는 1525년 태어나 1560년 세상을 떠났다. 플레야드 시파의 시조이며, 1549년 로마로 건너가 작품 활동을 하다 프랑스로 돌아왔다. 말년은 빈곤하게 지냈고 온갖 질병에 시달렸다. 그의 사인은 그간 불명확했지만 유해의 부검 결과 만성 수막염과 결핵을 앓은 사실이 밝혀졌다.

2022년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 작업 도중 발굴된 납관. 2년에 걸친 조사에서 유해의 주인이 르네상스 시인 조아생 뒤 벨레로 확인됐다. <사진=Denis Gliksman·INRAP 공식 홈페이지>

INRAP은 2022년 발견된 납관 2개의 조사를 주도해 왔다. 납관 하나는 뚜껑에 'Antoine de la Porte'라는 명판이 붙은 덕에 유해의 주인이 앙투안 데 라 포르테라는 18세기 사제임을 어렵잖게 알아냈다. 안투안 데 라 포르테는 1710년에 사망했고, 교회의 권위자로 확인됐다. 치아 상태가 놀랄 만큼 좋았다.

조사 관계자는 "문제는 나머지 납관은 명판은 고사하고 유해의 주인을 특정할 요소가 별로 없었다는 점"이라며 "2년간 다각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겨우 망자가 누구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 공립도서관(NYPL) 디지털라이브러리에 올라와 있는 조아생 뒤 벨레의 초상화. 작자 미상이다. <사진=NYPL 공식 홈페이지>

INRAP은 유해의 나이대와 생전에 앓은 병이 조아생 뒤 벨레의 기록과 거의 일치하고, 대성당 내에 그의 삼촌 무덤이 있는 점에 주목했다. 조아생 뒤 벨레는 1560년 일단 매장됐다가 1569년 대성당으로 이장된 것으로 INRAP은 추측했다.

조사 관계자는 "화재 복구 작업을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100개 넘는 무덤이 발견됐고 그중 약 80개가 발굴됐다"며 "일반인 시신은 머리를 서쪽 방향으로 묻혔고, 성직자는 동쪽 방향으로 매장한 점은 아직 수수께끼"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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