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선 채로 잠을 자는 것은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텐세그리티(tensegrity) 구조 덕분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텐세그리티란 건축에 주로 사용되는 조어로 장력을 활용한 안정된 구조체를 의미한다.
프랑스 국립 과학센터(CNRS)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조류가 사람과 달리 선 채로 잠을 자는 능력이 특유의 텐세그리티 구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족보행이 가능한 생물인데 누워서 자는 인간과 달리 서서 수면을 취한다. CNRS 연구팀이 조류의 신체구조를 분석한 결과 새들의 몸은 텐세그리티 구조를 형성해 에너지 소비 없이 서서 잠을 잘 수 있다.
CNRS 관계자는 "조류와 사람 모두 두 다리로 걷지만 새는 전체적으로 굴곡이 있는 형태로 서고 사람은 똑바로 서는 차이가 있다"며 "두 다리로 서있는 조류를 사람에 비유하면 까치발로 엉거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인간 입장에서 새의 자세는 상당히 불안정하고 에너지 부하가 높은 듯 보인다"며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의 착각으로, 조류는 비바람 속에서도 장시간 힘들이지 않고 서있을 뿐만 아니라 그대로 잠도 잔다"고 덧붙였다.
조류의 신체 구조를 간략화한 모델을 제작한 연구팀은 새들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를 분석했다. 그 결과 조류의 뼈나 근육, 인대가 완벽하게 텐세그리티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판명됐다.
CNRS 관계자는 "새의 무릎 뒤를 지나는 힘줄이나 무릎 주변의 인대 등에 의한 텐세그리티 구조가 확인됐다"며 "텐세그리티 구조에 의해 바람이 불거나 발 밑이 흔들려도 새들은 체력을 소모하지 않고 서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구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거의 모든 새들이 텐세그리티 구조 덕에 서서 잠을 자는 것"이라며 "불안정해 보이지만 실은 대단히 안정감 있는 조류의 텐세그리티 구조는 로봇공학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고, 미 항공우주국(NASA)은 행성 착륙선에도 응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