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아기보다 짧은 시간에 인간의 언어를 배울 가능성이 최근 연구에서 시사됐다. 고양이는 개 만큼이나 오랜 세월 사람과 생활해온 반려동물로 지능이 높고 사람 말을 알아듣거나 동거하는 고양이 이름을 구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아자부대학교 동물행동학자 타카기 사호 연구원은 24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고양이는 특별한 보상이나 훈련 없이 인간의 대화를 알아듣고 의미를 일부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고양이가 인간의 말을 얼마나 알아듣는지 조사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고양이 31마리를 모은 연구원은 생후 8~14개월 된 영유아 전용으로 개발된 언어 발달 측정 테스트를 받게 했다.
해당 테스트는 고양이에게 특정 단어와 그림을 연결시키는 초기 단계(익숙한 단계) 및 고양이가 단어를 학습했는지 본격적으로 알아보는 전환 단계(테스트 단계)로 구성됐다.
먼저 고양이는 초기 단계에서 노트북 화면에 비친 두 가지 애니메이션을 반복해서 들여다봤다. 한 애니메이션은 붉은 태양, 다른 애니메이션은 파란색 및 흰색 유니콘이 등장했다. 각 영상에 맞춰 주인이나 돌보는 사람의 목소리로 조어 Parumo와 Keraru를 들려줬다.
초기 단계는 고양이별로 노트북을 바라보는 시간이 최초 대비 50% 감소할 때, 즉 지루함을 느끼는 순간까지 최대 8회 이어졌다. 짧은 휴식 후 이번에는 전환 단계가 진행됐다. 고양이들은 붉은 태양-Parumo, 파란색·흰색 유니콘-Keraru 조합 등 초기 단계의 조합을 다시 경험했다. 이후 붉은 태양-Keraru, 파란색·흰색 유니콘-Parumo 식으로 애니메이션과 대응되는 조어를 뒤바꾼 패턴을 경험하게 했다.
그 결과 초기 단계에서 접한 애니메이션과 조어의 조합과 다른 패턴을 마주한 고양이들은 화면을 보는 시간이 평균 33% 증가했다. 이에 대해 타카기 연구원은 "이는 고양이가 초기 단계에서 애니메이션과 조어의 연관성을 분명히 학습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놀랍게도 많은 고양이들은 애니메이션과 조어의 조합을 불과 9초 만에 학습했다"며 "생후 14개월 된 유아는 같은 학습에 적어도 20초가 필요했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고양이가 유아보다 2배 빨리 말을 배울 가능성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인간의 아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화자가 낯선 사람이었던 점, 말이 1음절 밖에 없었던 점 등 고양이 실험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타카기 연구원은 이번 실험이 고양이는 상상 이상으로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주의를 기울이며, 우리를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