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에서 소중한 인명을 수색하는 작은 영웅 아프리카 가시쥐(African spiny mouse)들이 멸종위기에 몰린 야생 동식물을 밀매로부터 지키는 데도 일조하고 있다.
벨기에 비영리 후각동물 훈련단체 아포포(APOPO)는 12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밀매업자들을 적발하는 국제단체 활동을 돕는 아프리카 가시쥐들의 활약상을 공개했다.
마약이나 허가받지 않은 고가의 밀수품은 그간 후각이 발달한 마약탐지견이 조사해 왔다. 다만 아포포는 쥐 역시 개만큼 후각이 뛰어난 데다 몸이 훨씬 작아 보다 신속하고 정밀한 탐색이 가능하다고 보고 아프리카 가시쥐를 훈련시켜 왔다.
아포포 관계자는 "아프리카 가시쥐는 캄보디아 등 전쟁터에서 지뢰나 불발탄을 대량으로 발견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공적으로 유명하다"며 "날카로운 후각과 민첩성을 가진 아프리카 가시쥐는 훈련을 통해 밀수된 멸종위기종 동식물을 찾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가시쥐는 아프리카나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며 몸길이는 25~45㎝, 체중 1~1.5㎏으로 일반 쥐보다 훨씬 거대하다. 뛰어난 후각을 지녔고 체중이 개보다 가벼워 지뢰를 밟아도 거의 폭발하지 않아 불발탄 감지 현장에도 투입되고 있다. 2022년 8세에 자연사한 아포포 소속 아프리카 가시쥐 마가와는 100개가 넘는 지뢰와 폭발물을 탐지해 영국 동물보호단체로부터 금메달을 받았다.
아포포 관계자는 "아포포 탄자니아에 본부에서는 단체로 아프리카 가시쥐를 훈련시키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객담에서 결핵균을 검출하는 능력까지 확인돼 의료 현장에서도 볼 수 있다"며 "까다롭고 고된 훈련을 이겨낸 쥐들은 명예로운 히어로 래츠(HeroRATs)로 임명돼 빨간 조끼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야생 동식물 밀매매는 종을 멸종시키고 생태계를 위협하며 인신매매나 무기밀수 등 다른 범죄를 조장한다"며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것은 코끼리나 코뿔소의 뿔로 탐지견만으로는 밀매범과 싸우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밀수업자들은 불법 밀수품을 숨기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고안한다. 강한 냄새를 이용하거나 X선 및 CT 스캔을 피할 첨단 기술도 동원한다. 이를 적발하는 방법도 발달해 왔는데, 학자들은 동물의 후각이 뭣보다 뛰어난 수단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히어로 래츠는 주로 밀수되는 야생 동식물 4종을 후각으로 식별한다. 훈련을 통과한 아프리카 가시쥐 11마리가 멸종 위기에 몰린 천산갑의 비늘부터 코뿔소 뿔, 상아, 아프리카 흑단을 높은 확률로 탐지한다.
아포포 관계자는 "아프리카 가시쥐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훈련이 가능할 만큼 지능이 뛰어나고 트레이너가 바뀌어도 적응이 빠르다"며 "한 마리를 히어로 래츠로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약 7000~8000달러(약 990만~1130만원)로 탐지견보다 싸다. 가성비 면에서 CT 스캐너와 비할 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곳에서 훈련받는 아프리카 가시쥐들은 맛있는 간식을 수시로 보상받는 등 활약에 어울리는 복지도 누리고 있다고 아포포는 강조했다. 히어로 래츠로 인정받은 쥐들은 탄자니아 국제 무역품의 90% 이상이 통과하는 다르에스살람 항에 조만간 배치되며, 이를 대비한 막바지 훈련을 받고 있다.
아포포 관계자는 "우리가 훈련한 아프리카 가시쥐들은 현재 싱가포르나 프랑스 세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히어로 래츠는 향후 인신매매, 마약이나 무기 밀수 등 기타 범죄 현장에서도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