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열기가 날로 뜨거워지면서 로켓이나 우주선의 추진력을 책임질 차세대 동력원에도 관심이 쏠린다. 강하고 오래가는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천체까지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적극 지원하는 하이브리드 원자력 엔진이다. 반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미션을 실행 중인 NASA는 달을 넘어 화성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인데, 원자력 로켓 엔진은 그중에서도 핵심이다.
1950년대 미국과 구소련은 각자 기술을 동원해 원자로 열을 응용한 핵열 로켓 엔진을 고안했다. 당시 기술의 한계로 실용화는 실패했지만, 미국은 NASA, 구소련은 러시아우주국(ROSCOSMOS)을 중심으로 원자력 엔진 개발을 계속 추진했다.
일반에도 익숙한 것은 NASA가 2003~2005년 진행한 '프로메테우스 계획'이다. NASA는 장기간 우주에서 머물며 안전하게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원자력 엔진이 필수라고 봤다. '프로메테우스 계획'은 NASA가 고안한 핵 발전 추진 프로그램 'SNTP'를 정식으로 계승했지만 실용화 가능한 결과물은 내지 못했다.
원자력 엔진은 핵열 로켓 엔진과 전기 로켓 엔진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원자로에서 액체수소를 달궈 이온화(플라즈마)하고 이를 노즐에서 방출, 추진력을 얻는다. 후자는 원자로로 발전한 전력으로 이온 엔진을 작동시켜 전자기장을 발생시킨다. 추진제로 사용하는 가스에 따라 아크 엔진 등으로 다시 구분된다. '프로메테우스 계획'에서는 이 전기 로켓 엔진이 중점 연구됐다.
NASA가 지원하는 새로운 원자력 로켓은 미국 플로리다대학교 라이언 고스 박사 연구팀이 개발 중이다. 이 엔진은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시간을 단 45일로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존 로켓 엔진을 사용할 경우 화성 도착까지 약 8개월이 걸린다.
새 엔진은 핵열 추진과 전기 추진을 결합했다. 두 엔진 모두 비추력(연료 질량에 대한 로켓 엔진의 추력)이 뛰어나고 에너지 밀도가 거의 무한해 기존 화학 로켓 엔진에 비해 연료 효율 및 추진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웨이브 로터를 추가한다. 웨이브 로터는 배기관 내 압력 상승으로 발생하는 압력파로 흡기를 압축하는 장치로, 터보 차량의 과급기 역할을 한다.
라이언 고스 박사는 "새 엔진은 미국이 1960년대 개발한 NERVA(The Nuclear Engine for Rocket Vehicle Application)의 원자로를 기반으로 원자력 전기 로켓 엔진 구조를 도입한 하이브리드"라며 "원자력 전기 로켓 엔진은 3시간 가까이 추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추력 자체는 기존 로켓 엔진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다. 여기에 핵열 로켓 엔진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1969년 연소 실험에 성공한 NERVA는 초소형 원자로를 가동해 추진력을 얻는다. 추력 25t에 연소 시간은 1680초다. NASA는 충분한 연소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 당장 실용화하지 못했다. 새로운 엔진은 NERVA와 동등한 추력을 내면서 비추력은 최대 2000초로 개선했다. 여기에 원자력 전기 로켓 엔진을 조합하면 비추력이 최대 4000초까지 올라간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45일은 어디까지나 이론 상의 시간이지만, 새 엔진이 설계대로 완성된다면 우주개발의 혁명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로켓은 화성까지 약 250일이 걸리고, 현지에서 1년 조사를 한다면 미션은 최소 3년이 소요된다. 편도 45일에 화성에 닿을 수 있다면 미션은 수개월 만에 끝낼 수 있다. 단순히 시간만 절약되는 것이 아니라 우주 방사선이나 미중력 등 인체에 유해한 환경에서 비행사의 노출 기간도 줄일 수 있다.
신형 원자력 로켓 엔진은 NASA가 추진하는 NIAC(NASA Innovative Advanced Concepts)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된다. SF 영화에서 보던 세상을 실현하는 NASA의 중요 프로젝트로, 매년 응모되는 수백 개의 아이디어 중에서 10건 정도를 선택해 자금이나 기술을 제공한다.
NASA는 지금까지 NIAC 프로그램을 통해 외계 생명체 탐사 로봇 'SWIM'과 돛처럼 생긴 반사판에 태양빛을 받아 복사압으로 추진력을 얻는 '솔라 세일'을 지원했다. 올해는 하이브리드 원자력 엔진을 비롯해 태양광 및 풍력을 이용, 거의 무한대로 전력을 공급하는 핵분열·핵융합 하이브리드 원자로를 지원 대상에 선정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