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단독 행동을 하는 것으로 여겨져온 상어의 정확한 생태를 추적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상어의 집단행동을 시사하는 증거가 최근 연이어 발견되면서 해양생물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국제 비영리 해양생물 조사 단체 오서치(OCEARCH)는 28일 공식 SNS를 통해 지난해 12월 추적을 시작한 백상아리 지킬과 사이먼의 근황을 소개했다.

오서치에 따르면 지킬과 사이먼은 현재 서로 거리를 두고 다른 해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상어는 오서치가 2022년 12월 소형 태그를 붙이고 8개월째 생태를 추적해 왔는데, 이들이 무려 6437㎞나 동행한 사실을 최근 발표해 충격을 줬다.

고고한 포식자 이미지가 강한 백상아리. 최근 두 개체가 6000㎞ 넘게 동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pixabay>

해양생물학자들은 지킬과 사이먼이 미국 남쪽 동해안에서 6000㎞ 넘게 함께 행동한 것은 전례가 없다며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백상아리는 단독 행동을 즐기는 고고한 포식자로 생각했지만 지킬과 사이먼은 이런 통념을 철저하게 깼다.

오서치 관계자는 "두 상어는 아무래도 전부터 계속 같이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견은 포악한 백상아리들에게 의외의 온화한 면이 있고, 동료들과 친밀한 유대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오서치는 현재 두 상어가 혹시 혈연관계는 아닌지 조사 중이다. 만약 혈연관계가 성립되더라도 지금까지 백상아리 가족이 무리 지어 6000㎞나 헤엄친 사례가 없는 만큼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오서치 입장이다.

오서치가 제공하는 상어들의 실시간 위치 추적 정보. 작은 원이 지킬, 큰 원이 사이먼이다. <사진=오서치 공식 홈페이지>

사실 이번 발견을 포함해 상어가 사교성 내지 사회성이 없다는 기존 생각을 뒤엎을 정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9년 연구에서는 두툽상어가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동료를 식별하기 위해 천연 형광 패턴을 사용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020년에는 반복적으로 동료와 함께 지내는 산호상어의 생태 추적 연구가 화제였다. 일부 산호상어가 매년 같은 곳에 모여 집단을 이루는 현상은 대번에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서치 관계자는 "원래 백상아리는 먹이 활동이나 번식을 위해 이따금 무리를 짓기는 한다"면서도 "상당히 먼 거리를 동행한 지킬과 사이먼의 관계를 분석하면 상어의 이동 습성뿐만 아니라 동료와 연대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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