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곡을 쓰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뇌 일부 영역의 활동이 청년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 음성 인지력이 오래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학원 심리연구소는 1일 공개한 연구 성과에서 일정 시간 이상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노년이 돼도 소리의 인식 등 뇌 기능들이 일반인에 비해 늦게 쇠퇴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음악이 사람의 심신에 주는 영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음악은 이전부터 건강수명을 늘려주는 천연 치료제로 통했는데,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하는 것이 노화 예방에 탁월하다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음악이 사람의 음성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기기를 동원했다. 음악에 종사하는 노인과 그렇지 않은 청년의 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양쪽의 음성 지각 능력은 거의 대등했다.
조사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음악을 하는 고령자들은 감각 및 운동과 관련된 뇌 영역의 노화가 눈에 띄게 더뎠다"며 "심지어 젊은 사람들만큼 소리를 잘 듣고 음의 높낮이를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어 "기타나 피아노 등 종류와 관계없이 악기를 연주하고 곡을 쓰거나 노래를 하는 노인들은 뇌의 전반적인 활동 패턴이 젊은이와 비슷했다"며 "특히 소음 속에서 대화 내용을 알아듣는 능력이 뛰어나 또래에 비해 젊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간은 잡음이 있는 가운데서도 특정 음성을 구별하고 입 동작 등 시각 정보까지 동원해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는다. 나이가 들면 이런 능력은 점점 쇠퇴하는데, 음악을 통해 소리를 구분하는 훈련이 반복되면 음성 지각 능력이 오래 유지되고, 다른 뇌 영역 활동까지 활발해진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음악을 연주하면 젊은 사람들처럼 뇌의 신경망과 작동 패턴이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가 들어 쇠퇴한 뇌 기능들이 능동적으로 다른 영역으로 대체되면서 고령에도 대화 내용을 척척 알아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음악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나왔다. 성악이 뇌졸중 환자의 재활에 도움을 주고, 시끄러운 헤비메탈이 혈압을 낮춘다는 연구 성과가 특히 유명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