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공해가 식물들의 잎을 딱딱하게 만든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곤충들이 식물 잎을 먹기 어려워져 먹이사슬이 붕괴될 것으로 학자들은 우려했다.

중국과학원 생태환경과학연구센터는 최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광해라고도 하는 빛공해는 과도한 빛에 의한 악영향을 의미하며, 도시는 물론 지방에서도 심각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약 80%가 광해의 영향을 받고,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비교해 야간의 밝기는 최소 8%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센터 연구팀은 광해가 식물에 주는 영향에 주목해 왔다. 야간에 가로등 불빛을 받는 식물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중국 수도 베이징에 식재된 붉은물푸레 및 회화나무를 장기간 관찰했다. 

빛공해에 노출되는 가로수는 잎이 점차 두꺼워져 충해가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밤새 조명이 드는 간선도로에 약 100m 간격으로 배치된 나무 30그루를 고른 연구팀은 각각 조도를 측정했다. 이후 이들 나무의 잎 약 5500장을 대상으로 벌레가 파먹은 정도와 크기, 강도, 수분 함량, 영양소 및 방어 화합물 수준을 살폈다.

조사를 이끈 슈앙 장 연구원은 "우리가 들여다본 도시의 나뭇잎은 시골 나무의 그것과 비교해 충해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며 "충해가 없다는 것은 전체적인 생태계 유지 측면에서 좋지 않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곤충은 나무 등 식물의 잎을 먹으면서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이는 자연스러운 행태학적 과정"이라며 "인공 빛을 많이 받는 도시의 식물들은 성장보다 유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더 많은 방어 화합물을 분비해 잎이 튼튼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 베이징 시내에 서식하는 가로수의 야간 광해 영향 조사에서 정상적인 식해 감소가 확인됐다. <사진=프런티어 공식 홈페이지>

베이징 시내의 붉은물푸레와 회화나무 모두 야간에 쬐는 인공 빛이 많을수록 잎이 단단해지고 충해 경향이 적었다. 특히 벌레가 잘 파먹는 회화나무는 방어에 더욱 많은 자원을 사용했다.

원래 성장 쪽에 자원을 투입하는 식물들은 잎이 크다. 잎이 단단하고 탄닌 등 방어 화합물 수준이 높은 경우 성장보다는 유지에 자원이 집중됨을 의미한다. 물과 영양소의 수준이 높은 식물들은 곤충 입장에서 풍부한 영양 공급원이다.

슈앙 장 연구원은 "정상적인 식해(곤충이 식물을 갉아먹음)의 감소는 생태학적 측면에서 연쇄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며 "식해의 저하는 초식성 곤충의 개체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육식성 곤충이나 곤충을 먹는 새의 개체 감소로 이어져 결국 생태계가 망가진다"고 우려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야간에 밝게 빛나는 가로등과 조명은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베이징 시내에서 확인된 이런 현상이 국지적 문제가 아니며, 세계 각국이 하루빨리 광해를 줄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앙 장 연구원은 "우리 조사는 베이징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단 두 수목을 대상으로 한 점에서 한계가 있다"면서도 "급격한 도시화가 오랜 세월 구축된 식물과 곤충의 생태학적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간들은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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