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한 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대변한다. 한 지역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 오랜 세월 즐겨 먹고 지속적으로 발달시킨 음식에는 그 나라의 전통과 문화는 물론이요 역사와 생활, 종교, 관습 등 다양한 면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이런 음식의 특성 때문에 해외에 진출한 요식업체는 해당 국가의 전통이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의 대표 음식을 현지인 입맛에 맞게 개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현지인의 문화와 관습을 최대한 배려하고 따르는 자세가 원칙 중의 원칙이다.  

태국 KFC의 2023년 새해 이벤트 <사진=태국 KFC 공식 페이스북>

이런 맥락에서 태국 KFC는 올해 신년 이벤트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태국 KFC는 이달 초 공식 SNS에 공지를 내고 22일 설날을 기념한 소비자 이벤트를 진행했다. 태국은 4월 고유의 설날 송끄란을 지내지만 중국계도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일부 외국 기업은 중국 설날인 춘절에 맞춰 이벤트를 갖는다. 

올해 태국 KFC가 준비한 신년 이벤트는 한정판 향이다. 문제는 향에 KFC를 대표하는 프라이드치킨 냄새를 넣었다는 사실이다. 100박스 한정 제공된 이 향은 허브 11종에 톡 쏘는 향신료를 섞어 태국 FKC 프라이드치킨 냄새를 담았다. 향은 특별히 육즙 가득한 치킨처럼 디자인했고 튀김옷인 치킨 빵가루까지 재현했다.

인구의 90% 이상이 불교 신자인 태국에서 KFC가 야심 차게 마련한 설 이벤트는 난센스로 받아들여졌다. 일부 소비자는 종교를 모독했다고 발끈했다. 그럼에도 KFC는 꿋꿋했다. 이벤트는 지난 12일 응모가 마감됐고 17일 당첨자 발표까지 났다. 

태국 KFC의 신년 이벤트에 불교 국가인 태국 소비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태국 KFC 공식 페이스북>

이벤트 종료 후에도 불교를 바보 취급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태국 KFC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벤트 영상을 삭제했다. 다만 어찌 된 영문인지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과 사진은 내리지 않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서 향은 일상적으로 사용된다. 조상을 위한 제사는 물론 매일 행하는 기도에도 향을 쓴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기억할 만한 날이면 어김없이 향이 등장한다. 늘 곁에 두고 신성시하는 향에 치킨 냄새를 넣은 것은 태국을 넘어 불교 자체를 모욕한 처사라는 게 현지인들 목소리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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