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지식이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는 적지 않다. 특히 끔찍한 연쇄살인에 동원되기도 하는데, 루마니아의 노파 바바 아누이카는 자력으로 쌓은 화학 지식으로 최대 150명을 죽인 마녀로 악명을 떨쳤다.
국내에 다소 생소한 바바 아누이카는 역대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연쇄살인범 중 하나다. 본명은 아나 디 피스토자로 1838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났다. 90세에 체포될 때까지 최소 50명, 많게는 150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측된다.
1838년 현재 루마니아 바나트 지방에서 태어난 바바 아누이카는 부유한 목장주의 딸로 남부러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안이 넉넉해 원하는 만큼 충분한 교육도 받았다.
평범했던 바바 아누이카의 성격은 20대 초 오스트리아 장교들과 연애하면서 급격하게 변했다. 연인에 버림받으며 지독한 상실감에 시달렸고 매독에 걸려 고생하면서 인간을 혐오하게 됐다.
세상이 싫어진 바바 아누이카는 이 시점부터 학문의 세계로 도피했다. 특히 예전부터 좋아하던 화학에 빠져들었다. 몇 년간 세상과 거리를 둔 그는 농장주와 결혼해 다섯 자녀를 뒀는데, 넷은 성인이 되기 전에 죽었고 20세 연상이던 남편마저 결혼 20년 만에 죽자 다시 상처를 받았다.
남편의 사후 바바 아누이카는 끔찍한 연쇄살인을 계획한다. 20대 초반 남성들에게 받은 상처를 복수로 달래기 위해 그는 독약을 제조했다. 은밀하고 치명적인 극약을 만들기 위해 집 일부를 연구실로 개조했다.
치명적인 혼합물 실험을 거듭한 바바 아누이카는 완성된 독약을 마법수로 속여 팔았다. 남편을 몰래 죽이기 원하는 여자들이 그의 마법수를 사 갔다. 건장한 남자들이 병역을 면제받을 약도 만드는 등 화학 지식을 다방면에 악용했다. 이렇게 그의 소문은 음지에서 점차 퍼져나갔다.
바바 아누이카의 독약 제조 기술은 상당한 수준으로 전해진다. 의뢰인이 점찍은 희생자를 잠시 대면하는 것만으로 비소가 얼마 필요한지 대략 계산할 정도였다. 급사하면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목표물을 서서히 죽이는 방법을 택했는데, 기록에 따르면 의뢰인의 남편들은 평균 8일 정도면 죽었다.
1920년까지 마법수, 즉 독약 사업을 벌인 바바 아누이카는 많은 돈을 모았다. 대리인을 고용할 정도였는데, 이들은 잠재적 고객을 찾아 아누이카와 연결했다. 이 무렵 의뢰인들은 바바 아누이카가 마력으로 사람을 죽인다고 믿었고 그를 ‘바나트의 마녀’라고 불렀다.
마법수 사업이 확장되고 소문이 지나치게 퍼지면서 바바 아누이카도 꼬리가 잡혔다. 1924년 단골 의뢰인 스타나 모미로프가 아누이카의 약물로 남편을 죽였는데, 그의 시아버지가 죽은 상황과 너무 비슷해 경찰의 의심을 샀다. 그럼에도 마법수를 이용한 살인은 계속됐고, 경찰 수사 결과 바바 아누이카는 유력한 공범으로 고발됐다.
아누이카는 스타나 모미로프에게 마법수를 판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희생자 시신에서 발견된 비소 흔적 분석과 의뢰인 일부 증언에 따라 1928년 마침내 체포됐다. 경찰은 바바 아누이카가 몇 명을 죽였는지 조사했지만 정확한 수는 알아내지 못했다. 경찰은 정황과 의뢰인 진술, 마법수를 만든 시기에 의문사한 사람 수를 조합, 희생자를 50~150명이라고 추측했다.
체포 이듬해인 1929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바바 아누이카는 8년 복역한 뒤 고령을 이유로 풀려났다. 1938년 9월 1일 100세에 죽을 때까지 무죄를 주장하는 바람에 ‘바나트의 마녀’의 손에 목숨을 잃은 사람 수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