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지나 놀이공원에 하나씩 자리하는 귀신의 집. 여기서 공포체험을 하는 사람들은 면역 체계의 변화를 겪고 염증 수치가 내려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의과대학교 연구팀은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덴마크에서 실제로 운영되는 유원지 귀신의 집에 들어간 사람들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면역계의 뚜렷한 변화를 확인했다.

조사를 주도한 마리 루이즈 교수는 "귀신의 집이나 호러영화, 롤러코스터 등 공포감을 주는 오락거리를 통해 사람은 스릴이나 개방감 같은 강렬한 심리 반응을 일으킨다"며 "공포를 느끼는 이런 레크리에이션이 육체에 미치는 이점에 대해서는 그다지 깊이 연구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연구팀은 귀신의 집을 이용한 성인 남녀 113명의 심박수를 모니터링하고 각자 주관적으로 느낀 공포를 수치화했다. 또한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직전 및 귀신의 집에서 나온 직후, 귀신의 집을 방문한 지 3일 뒤 등 3회에 걸쳐 혈액을 채취해 염증 수준의 변화 및 면역세포의 양을 분석했다.

유령의 집이나 호러영화 등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오락거리가 면역계에 변화를 야기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피실험자들이 들어간 귀신의 집은 상당히 대규모로 피에로와 좀비, 피투성이가 된 채 전기톱을 휘두르는 미치광이 등이 등장했다. 피실험자가 귀신의 집에 머문 시간은 평균 50분 51초, 심박수는 분당 평균 111.1회에 달했다. 보고된 주관적 공포 수준은 19단계 중 5.4단계로 높았다.

피실험자 중 여성은 69명, 남성은 44명이며 평균 연령은 29.7세였다. 22명의 피실험자는 귀신의 집에 들어가기 전 고감도 염증 수치인 hs-CRP의 값이 높고 가벼운 염증 반응을 나타냈다.

마리 루이즈 교수는 "귀신의 집에 들어간 지 3일 후 시점에서 가벼운 염증을 보였던 피실험자 22명 중 82%는 hs-CRP의 수준이 뚝 떨어져 정상으로 돌아갔다"며 "귀신의 집에 들어가면 염증 수준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것이 우리 결론"이라고 전했다.

공포감이 인간의 정신은 무론 육체에 영향을 준다는 실험 결과는 이전에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이번 실험은 정신상태와 염증이 구조적으로 연결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일반적으로 불안은 악성도가 낮은 만성 염증과 관련됐다고 여겨지는데, 공포는 염증의 정점 및 하향곡선에 관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원래 염증이 없던 피실험자의 경우 귀신의 집 체험 뒤 혈중 면역세포인 림프구와 단핵구, 호산구, 호염기구가 감소했다. 염증을 갖고 있던 피실험자는 림프구와 단핵구만 줄었다.

마리 루이즈 교수는 "일련의 결과는 귀신의 집 같은 공포감을 주는 오락을 경험하면 혈액 속 면역세포와 염증 마커가 재조정돼 면역계에 영향을 준다는 걸 의미한다"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지만 공포감이 아드레날린 작동성 신경계를 활성화할 가능성이 의심된다"고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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