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일본이 공동 운용하는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가 중간 적외선 장비 메르티스(MERTIS)를 이용해 수성 표면을 상세하게 담아냈다. 수성 표면에 대한 중간 적외선 관측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최근 각 공식 채널을 통해 베피콜롬보가 메르티스로 담아낸 수성 표면 이미지를 공개했다. 수성 전체상 중 가운데 회색 부분이 이번에 이뤄진 중간 적외선 관측 영역이다.
ESA 관계자는 "베피콜롬보는 이달 1일 오후 11시23분(한국시간) 다섯 번째 수성 플라이바이에 성공했다. 주목할 점은 사상 첫 중간 적외선을 이용한 표면 관측"이라며 "그간 수성은 달을 닮은 어두운 지표나 기묘할 정도로 적은 철분 등 수수께끼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은 태양계 암석행성 중에서 가장 조사가 덜 된 천체인데, 이번 영상은 이 희한한 행성의 비밀을 밝히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수성 상공 3만7626㎞를 통과하며 베피콜롬보가 담아낸 지표면은 학자들의 의문을 여럿 풀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행성 표면의 밝기는 온도와 광물 종류 등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 주도로 개발된 메르티스는 'mercury radiometer and thermal infrared spectrometer', 즉 수성 방사계 열적외선 분광계로 지표면 광물의 종류를 조사하는 데 적합한 7~14마이크로미터(㎛)의 중적외선을 검출한다.
메르티스로 촬영한 이미지에서 주목할 것은 일본 에도시대 시인 마츠오 바쇼의 이름을 딴 바쇼 크레이터다. 과거 가시광으로 찍은 사진에서는 밝고 어두운 물질 모두가 찍혔는데, 이 특징이 메르티스 관측에서도 확인됐다.
메르티스는 각종 광물이 중간 적외선을 어떻게 반사하고 온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파악한다. 이번 관측에서 최고 420℃가 계측됐다. 향후 메르티스는 고해상도로 수성 지표면 광물의 종류를 조사하게 된다. 수성 내부에 두께 16㎞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됐다는 최근 가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
수성 표면이 무엇으로 구성되는지는 이 행성에 얽힌 많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지금까지 조사에서 철과 니켈로 된 비정상적으로 큰 핵이 있음에도 지표면에 철이 거의 없는 사실이 밝혀졌다. 태양에 가까운 수성에서 금방 증발할 것으로 보이는 화학 원소가 마구잡이로 대량 존재한다는 점도 드러났다.
ESA 관계자는 "특히 신기한 것은 수성의 지표가 이상하게 어둡다는 것"이라며 "분화구투성이의 수성 지표면은 달과 닮았지만 밝기 3분의 2밖에 안 된다. 이는 지금까지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수성의 대표적인 의문점"이라고 전했다.
2015년 운용을 마친 NASA의 메신저 탐사선에 이어 2018년 발사된 베피콜롬보는 2026년 수성 주회궤도에 들어선 뒤 1년간 주요 관측을 진행한다. 지구와 금성, 수성 순서로 비행하면서 각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코스를 조정(플라이바이)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