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도 동조압력을 느끼고 다수의 의견을 따른다는 흥미로운 사실이 학자들의 관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직문화로 대표되는 동조압력은 어떤 무리의 구성원에게 가해지는 집단적·암묵적인 강요를 의미한다.

스위스 로잔대학교 등 국제 연구팀은 아프리카 버빗원숭이 약 250마리를 9년간 관찰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들의 연구를 정리한 조사 보고서는 최근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연구팀은 터전을 벗어나 다른 무리로 이주한 버빗원숭이 수컷들의 성향을 면밀히 살폈다. 버빗원숭이 암컷은 무리 내에서 평생 지내는 반면 수컷은 여러 무리를 거치며 일생을 보낸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버빗 원숭이 <사진=pixabay>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새 무리에 합류한 버빗원숭이 수컷이 그때까지와 다른 관습에 맞게 행동하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사회적 적합성이 실험 이외의 상황, 특히 야생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원숭이도 동조압력을 느낀다고 결론 내렸다.

로잔대 진화학자 엘레나 커진 박사는 “우리가 살펴본 버빗원숭이는 총 3그룹으로, 그중 A 그룹 구성원들은 서로 털을 골라주는 빈도가 높았다”며 “A 그룹을 떠나 다른 그룹으로 이주한 원숭이는 이런 습관이 점차 줄었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이와 같은 양상은 원숭이가 조직 고유의 규칙을 알아채고 다른 개체의 눈치를 본다는 의미”라며 “원숭이도 사람 사회에서는 흔한 동조압력을 느끼며, 무리가 정한 규칙을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동조압력은 다수에 강요되는 조직의 암묵적인 룰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A 그룹에 새로 합류한 버빗원숭이 수컷의 경우 이전과 달리 서로 털을 골라주는 빈도가 높아졌다. 연구팀은 버빗원숭이가 자신의 사회성을 무리에 맞게 바꿀 줄 알며, 인간처럼 적응하고 순응해 살아가는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다.

엘레나 박사는 “동조압력에 대한 원숭이의 행동 변화는 먹이를 사용한 실험에서 관찰된 적이 있지만, 야생에서는 처음”이라며 “우리 연구는 원숭이 무리에 각기 다른 사회적 관습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무리가 사회적으로 계승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무리가 정한 룰을 따르도록 동조압박하는 역할이 따로 있다고 보고 이런 구조를 보다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