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언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처음으로 개발됐다. 식물은 인간이 모르는 언어로 대화하며, 이를 해독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이어져 왔다.
중국 지린성 동북사범대학교 연구팀은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AI 모델을 학습시켜 식물의 언어 해독을 시도하는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식물은 언어는 리보핵산(RNA)에 적힌 정보로 정의된다. 식물들은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거나 병충해 정보를 공유한다. 이를 염두에 두고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Plant RNA-FM'으로 명명됐다.
실험 관계자는 "'Plant RNA-FM'은 방대한 RNA 데이터를 학습해 식물 RNA의 문법과 구조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이 기술에 의해 RNA 배열로부터 그 기능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RNA는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은 디옥시리보핵산(DNA) 만큼이나 모든 생물에서 중요한 분자다. 유전정보를 전사번역해 단백질 합성과 세포기능 조절을 돕기 때문이다.
실험 관계자는 "사실 RNA나 DNA는 언어와 비슷하다. 다양한 언어가 저마다의 문자 조합으로 구성되듯, RNA나 DNA도 뉴클레오타이드라는 기본 단위의 조합"이라며 "이런 언어와 같은 특징에 입각해 식물의 RNA 문법을 AI에 이해시킨 것이 'Plant RNA-FM'"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물 RNA는 복잡한 구조로 접혀 성장과 스트레스 반응 등 고도의 생물학적 기능을 조절한다"며 "이 RNA 언어를 읽을 수 있다면 뉴클레오타이드의 배열로부터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Plant RNA-FM'은 오픈 AI 사가 개발한 챗(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1124종의 식물이 가진 총 540억 개의 RNA 정보를 습득했다. 그 결과 챗GPT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처럼 식물 RNA의 배열과 구조를 이해하게 됐다.
실험 관계자는 "실제로 'Plant RNA-FM'은 식물 RNA의 기능을 예측하거나 유전 정보의 단백질 번역 효율에 영향을 줬다"며 "식물에 대한 이해력이 강해지면 지구 전체를 더 살기 좋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번 실험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시도는 단지 식물을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향후 인류와 생태계 전체의 생존에 아주 중요할지 모른다"며 "현재 지구는 인구 증가와 기후 변화로 식량이 부족해지고 있어 영화 '인터스텔라' 속 장면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