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충류 인간 렙틸리언(Reptilians)을 묘사한 듯 기묘하게 생긴 인물상이 쿠웨이트에서 발굴됐다. 연대 측정 결과 약 7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폴란드 바르샤바대학교와 벨기에 겐트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3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렙틸리언 또는 외계인 형상을 한 두상을 소개했다. 이 점토상은 쿠웨이트 북부 선사시대 유적 바흐라1(Bahra 1)에서 나왔다.

점토상은 변형된 머리와 치켜 올라간 눈, 밋밋한 코가 특징이다. 인간이라기보다 도마뱀과 인간을 결합한 렙틸리언과 흡사해 학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쿠웨이트 북부 선사시대 유적 바흐라 1에서 발굴된 작은 인물상. 렙틸리언을 닮았다. <사진=바르샤바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이런 양식의 상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쿠웨이트 등 아라비아만 주변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바흐라 1은 아라비아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유적 중 하나로 기원전 5500년부터 4900년경까지 사람이 거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흐라1 구역에는 우바이드족이 살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쌓은 우바이드 문화는 메소포타미아에서 기원했으며 외계인 같은 작은 조각상 등 독특한 도자기로 알려져 있다"며 "우바이드 문화는 기원전 6000년경 아라비아만의 신석기 사회와 융합되면서 선사시대 활발한 문화교류를 촉발했다"고 덧붙였다.

인물상은 아라비아만 지역 특유의 입자가 거친 붉은 도자기가 아닌 메소포타미아 점토로 만들어졌다. 이번 발견은 우바이드족이 이 지역에 독자적인 전통문화를 전파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우바이드 문화권 유적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인물상 <사진=Osama Shukir Muhammed Amin FRCP>

우바이드의 작은 조각상은 뱀이나 도마뱀, 새 등 동물의 머리를 결합한 것이 많다. 새로 발견된 점토상은 무덤 등 특별하고 상징적인 장소가 아닌 일상생활에 이용된 것으로 보이며, 정확한 용도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성과는 우바이드족의 의식과 관습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선사시대 걸프지역과 메소포타미아의 관계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이들 문화의 작은 상과 두개변형 관습의 관계를 이해하게 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우바이드족의 점토상 머리를 두고는 다양한 가설이 세워져 왔다. 우바이드 문화가 숭배하던 뱀의 상징이라는 설도 있고, 과거 일부 문명에서 유행한 두개골 변형을 묘사했다는 학자도 있다. 두개골 변형은 우바이드 문화의 관습으로, 아직 부드러운 유아의 머리에 붕대를 단단히 감아 계급이나 소속 등 정체성을 나타냈다고 학계는 보고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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