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도 적을 똑똑히 기억하고 복수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대방의 모진 행동을 잊지 않고 앙갚음하는 것은 사람이나 까마귀 등 지능이 높은 동물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곤충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최근 보고했다. 연구팀은 유럽과 아시아 등지에 분포하는 고동털개미를 이용한 실험 과정에서 개미도 복수를 실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고동털개미 여러 마리를 모아 1번과 2번, 3번 그룹으로 나눴다. 1번 그룹은 자기 집의 동료와 대면했고 2번 그룹은 공격적인 경쟁 상대(A집 개미)와 마주했다. 3번 그룹은 또 다른 공격적인 경쟁 상대(B집 개미)와 조우했다.

각 그룹 개미들은 하루에 1분간 짧은 접촉을 5일간 반복했다. 이 연구의 핵심은 공격적인 경쟁 상대와 만난 2, 3번 그룹 개미가 과연 1번과 어떻게 다르게 행동하느냐였다.
연구팀은 5일이 지난 뒤 1, 2, 3번 그룹 개미 전체를 모으고 A집 개미와 대면하게 했다. 이 개미들과 접촉한 2번 그룹 개미들만 공격적인 행동을 취했다. 연구팀은 2번 개미들이 A집 개미들에게 앙심을 품었다고 추측했다.
가설 입증을 위해 연구팀은 적대적 행동의 정도에 따른 개미의 반응을 살폈다. 일부 조우 상대의 더듬이를 잘라내고 공격적인 행동을 제한했다. 개미는 촉각을 담당하는 더듬이가 잘리면 공격성이 떨어진다.

그러자 앞선 실험에서 A집 또는 B집 개미에 호되게 당한 2, 3번 그룹 개미들은 더듬이가 없음에도 공격성을 보였다. 조사 관계자는 "개미는 촉각이 제한됐음에도 안 좋은 경험에서 품는 원한을 기억했다"며 "이 개미들은 턱힘을 발휘해 적을 물고 늘어지는 등 사력을 다해 싸웠다"고 설명했다.
개미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실은 전부터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개미 후각이 마약탐지견과 동등하고, 이 후각으로 피아 식별까지 가능하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개미가 다친 동료의 다리를 끊어내는 등 외과 수술을 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이달 초 낸 논문에서 개미가 집단지성을 발휘한다고 주장해 주장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