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이 즐기는 이탈리아 명물 요리 파스타를 완벽하게 조리하는 레시피가 등장했다. 현직 물리학자들이 직접 고안한 조리법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였다.
독일 막스 플랑크 물리학 연구소(MPIP)와 스페인 바르셀로나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파스타의 일종인 카쵸 에 페페(cacio e pepe)를 물리학 관점에서 가장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을 최근 논문 저장소 아카이브(arXiv)에 공개했다.
카쵸 에 페페는 페코리노 로마노 치즈와 후추로 맛을 낸다. 다른 파스타와 마찬가지로 소스 조리법이 중요한데, 까딱 잘못하면 치즈가 덩어리 져 만들기가 까다롭다. 연구팀은 물리학을 적용한 최적의 소스 레시피를 수차례 시행착오 끝에 알아냈다.

연구팀은 일정량의 물과 치즈를 혼합하고 소스 제조에 알맞은 물의 온도와 전분 농도를 파악했다. 물 온도는 50~95℃까지 5℃씩 변화시키는 한편, 전분 농도는 0%, 일반 파스타 삶은 국물, 파스타 삶은 국물을 3분의 1까지 졸이는 리조타타(risottata)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각각의 방법으로 조리한 소스의 치즈 덩어리 크기와 모양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전분 0%의 경우 65℃ 부근에서 급격하게 큰 치즈 덩어리가 발생했다. 일반 파스타 삶은 국물도 치즈 덩어리가 생겼지만 70℃까지 안정성을 유지했고 크기는 보다 작았다. 리조타타의 경우 95℃까지 치즈가 안정적이고 덩어리도 생기지 않았다.
다음으로 치즈의 단백질 농도가 소스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전분 농도를 1%로 고정한 다음 물과 치즈의 비율과 온도를 달리했다. 이 과정에서 물의 질량 비율에 따라 소스의 상전이가 크게 변화했다.

실험 관계자는 "치즈 상태는 물과 치즈가 거의 1:1 비율일 때 가장 안정적"이라며 "물의 온도 약 60℃를 경계로 물과 치즈의 상전이가 크게 변화했다. 이는 치즈와 물의 비율이 적절해도 온도가 너무 높으면 소스가 분리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쵸 에 페페를 만들 때는 치즈와 물을 대등한 비율로 섞고 약 60℃ 부근에서 조리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전분 농도가 1% 미만이면 소스가 너무 묽고, 4%가 넘으면 치즈의 단백질이 응집해 식으면 소스가 굳어버린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실험에서 전분이 소스의 점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분석할 방침이다. 또한 카쵸 에 페페의 후추 알갱이가 응집핵 역할을 할 가능성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