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전용 가상현실(VR) 고글이 제작됐다. 동물이 착용하는 VR 고글이 등장하면서 이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학계는 기대했다.

마우스고글(MouseGoggles)로 명명된 이 장비는 미국 코넬대학교 뇌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쥐의 뇌 동작을 자세히 들여다볼까 고민하던 연구팀은 VR 헤드셋처럼 가상현실을 화면에 구현하는 소형 고글을 떠올렸다.

이 고글은 쥐의 안구와 동공의 움직임까지 추적한다. 스마트워치에 사용하는 작은 디스플레이와 초소형 렌즈를 조합한 결과 쥐의 작은 머리보다는 크지만 얼마든 실험이 가능한 장치가 완성됐다.

코넬대학교 뇌과학자들이 고안한 쥐 전용 VR 고글 <사진=코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코넬대 생물공학자 크리스 섀퍼 교수는 "해당 장비는 쥐의 시야를 폭넓게 커버하는 동시에 안구 운동이나 동공의 변화까지 추적할 수 있다"며 "마우스고글을 사용한 연구 결과는 과학지 네이처 메소드(Nature Methods)에 무료 공개해 누구나 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완성된 고글을 쓴 쥐는 공 형태의 트레드밀 위를 현실세계처럼 움직였다"며 "쥐의 뇌 시각야나 해마의 신경 활동을 형광 이미징 기술로 관찰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인식이나 기억 기능의 구조를 쉽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이 마우스고글을 통해 고양이 같은 포식자를 띄우자 거의 모든 실험용 쥐가 깜짝 놀라 달아나려 했다. 일부 쥐는 펄쩍 뛰어올랐다. 이는 일반 모니터 화면에 고양이를 띄울 때보다 훨씬 강렬한 도피 반응이었다.

VR 고글의 화면을 보면서 반응하는 쥐 <사진=코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쥐의 뇌 혈류 변화를 장기간 조사해온 연구팀은 쥐가 어떻게 공간을 인식하고 기억하는지 마우스고글을 통해 보다 자세히 분석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연구팀은 마우스고글에 이어 좀 더 큰 설치류 전용 VR 고글을 개발할 계획이다. 나아가 미각이나 후각 감지 기능까지 포함한 오감 VR의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크리스 섀퍼 교수는 "오감 VR을 활용하는 날이 오면 뇌가 복잡한 행동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이해하게 될 것"이라며 "각 감각 정보를 통합해 동물의 행동이 구현되는 구조나 진행 방법을 알게 되고,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의 치료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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