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플로 스테이트(flow state), 즉 초집중 상태일 때 우리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규명한 새로운 연구에 관심이 집중됐다.

미국 드렉셀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실험 보고서에서 플로 스테이트에 들어간 인간의 뇌는 의식의 조작을 벗어나 자율주행 모드에 들어가는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플로 스테이트란 특정한 활동에서 인간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때 나타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원래 스포츠 심리학 용어로, ‘존(zone)에 들어갔다’는 표현과 같은 의미다.  

플로 스테이트의 구조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하나는 뇌 안의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와 수행 제어 네트워크(ECN)가 관여한다는 설이다. DMN은 감정, 창의성과 관련되며 ECN은 문제 해결과 같은 복잡한 인지 프로세스를 담당한다.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플로 스테이트는 뇌 네트워크와 연관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DMN과 ECN은 따로 일하지만 어느 정도 연계되며, 특히 창조적 작업에서는 서로 연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가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플로 스테이트가 ECN이 활발해지고 DMN이 집중할 수 있도록 보조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샘솟는 상태라고 본다.

또 다른 가설은 DMN과 ECN 같은 뇌 네트워크가 플로 스테이트와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오직 인간의 경험을 통해 육성된 전문적 지식이 창조한 독자적인 신경 처리 네트워크가 플로 스테이트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두 가설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숙련된 재즈 기타리스트 32명을 모집하고 실험에 나섰다. 각 피실험자에게 정밀 뇌파 측정기를 부착하고 익숙한 곡을 각각 연주하게 했다.

스포츠 선수의 플로 스테이트를 극의 주요 장치로 사용한 애니메이션 '쿠로코의 농구' 중에서 <사진='쿠로코의 농구' 스틸>

연주를 마친 기타리스트는 ECN과 DMN의 활동이 저하되고 청각과 시각, 운동 정보를 처리하는 뇌 영역이 활발해졌다. 연구팀은 존에 들어간 기타리스트의 뇌는 의식적 조종을 벗어나 자율주행 모드에 가깝게 움직였다고 결론 내렸다.

실험을 이끈 드렉셀대 데이비드 로젠 교수는 “플로 스테이트에 들어간 연주자의 DMN이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아이디어가 샘솟는 것은 DMN의 영향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며 “부단하게 연주 실력을 연마하고 청각 등 기타 연주에 관련해 평생 구축한 개개인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존에 들어간 것”이라고 전했다.

교수는 “스포츠 선수나 체스 기사, 뮤지션들이 플로 스테이트가 되는 것은 뇌의 의식을 놓아주고 평소 습득한 고도의 기술에 집중한 결과로 생각된다”며 “이번 실험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새로운 기술의 단서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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