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나 로켓 엔진은 강한 추력을 얻기 위해 '연소(combustion)'를 사용한다. 연소는 고온에서 연료와 산소의 반응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미 충분히 연구되고 실용화된 기술이다.
연소보다 훨씬 큰 추력을 얻는 방법은 '폭발(detonation)'이다. 기존 고체 및 액체 폭발물은 물론 반응성 가스 등에 강한 충격이나 고온을 가하면 발생하는 현상으로 초음속 발열 전선을 동반, 격렬한 폭음과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한다.
1950년대 미시간대학교 엔지니어가 폭발을 이용한 엔진의 개념을 고안한 후 과학자들은 60년 넘도록 현실화를 꿈꿔왔다. 이런 엔진을 장착한 비행기는 이론적으로 현재 12시간 넘게 걸리는 뉴욕-런던간 비행을 1시간 내에 마칠 수 있다. 또 폭발은 연소보다 훨씬 적은 연료로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지구를 벗어나야 하는 로켓에 적용할 경우 엄청난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폭발은 순식간에 이뤄지며 기계적으로 제어하기 어렵다. 폭발 지속 시간은 1㎲(100만분의 1초) 미만에 불과하다. 물체를 대량으로 파괴할 때는 유용하지만 정확한 제어가 필요한 엔진에는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폭발을 이용한 엔진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고 일부에서는 불가능하리라 예측했다.
그러나 이 폭발을 제어했다는 연구 결과가 10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3초 동안 제자리에 고정된 폭발을 생성했으며, 이를 통해 엔진 제작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학교 기계·항공우주공학자 카림 아메드 교수 등 연구진은 '경사 폭발파 엔진(oblique detonation wave engine)'이라는 추진 시스템을 통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는 공기와 연료의 혼합물을 음속의 5배 이상으로 빠르게 경사로를 통해 배출구로 밀어내며 폭발시켜 추력을 얻는 원리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방식은 연료의 100%에 가까운 연소가 이뤄지며 이론상 음속보다 최대 17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다.
연구진은 공기와 연료의 혼합 비율과 가스 흐름의 속도 및 경사로 각도의 균형을 세밀하게 조정, 비행에 동력을 공급할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폭발을 지속하는 방법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또 폭발이 연료 공급원 쪽으로 거꾸로 밀고 들어오는 가장 큰 문제도 해결했다.
아메드 교수는 "폭발의 측정을 위해 테스트 챔버의 표면을 유리로 만들었기 때문에 몇 초 동안만 실험을 진행했다"며 "금속으로 교체한다면 훨씬 오랫동안 폭발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연료 혼합과 공기 속도, 램프 각도 등 3가지 요소를 자유롭게 변경하는 방법이다. 실제 엔진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속도와 고도 조정, 연소 불안정 해결 등이 필요하다. 아메드 교수는 "테스트 장치와 실제 엔진의 설계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 공군과 협업, 2025년까지 폭발 엔진 비행 테스트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폭발 엔진 프로토타입을 구축했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실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