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00만 년 전 이집트에 서식한 최강의 포식자가 발견됐다. 고생물학자들은 지역을 고려해 고양이 머리를 한 고대 이집트 여신 바스테트를 딴 이름을 붙였다.

이집트 만수라대학교 쇼록 알 아슈카르 박사 연구팀은 16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낸 조사 보고서에서 고대 육식동물 바스테토돈(Bastetodon)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바스테토돈이 약 3000만 년 전 지금의 이집트 지역 생태계의 정점에 군림한 대형 고양잇과 동물로 추측했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턱을 가진 바스테토돈은 이제 막 진화를 시작한 우리의 먼 조상, 즉 원시 유인원을 사냥했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턱을 가진 것으로 추측되는 바스테토돈의 머리 복원도 <사진=Ahmad Morsi>

아슈카르 박사는 “온전하게 보존된 바스테토돈의 두개골 화석은 이집트 카이로 남서쪽 파이윰 저지대에 위치한 3000만 년 전 지층에서 나왔다”며 “여기는 현재 사막이지만 아주 먼 옛날에는 삼림이 우거져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사는 “파이윰 저지대는 고대 포유류의 약 1500만 년 진화의 역사를 간직한 중요한 장소”라며 “두개골 화석으로 미뤄 바스테토돈은 현생종 표범 정도의 몸집에 날카로운 이빨, 강력한 턱을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스테토돈의 두개골과 연구를 주도한 고생물학자 쇼록 알 아슈카르 박사 <사진=쇼록 알 아슈카르>

파이윰 저지대는 고대 이집트 유물이 자주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바스테토돈이 활보할 무렵 이곳에서는 초기 영장류가 진화를 시작했는데, 이 무지막지한 고양잇과 동물은 초기 코끼리나 하마 등 덩치 큰 사냥감도 잡아먹은 것으로 연구팀은 봤다.

아슈카르 박사는 “바스테토돈은 아마 멸종한 육식 포유류 그룹 히아이노돈의 동료일 것”이라며 “히아이노돈은 하이에나와 개, 고양이 같은 현대 육식동물이 출현하기 훨씬 전에 진화했으며 하이에나를 닮은 이빨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바스테토돈의 두개골 화석을 이용해 만든 3D 모델 <사진=쇼록 알 아슈카르>

이어 “히아이노돈과에는 이집트 신의 이름을 딴 다른 동물도 있다. 사자머리 여신 세크메트에서 비롯된 세크메톱스가 대표적”이라며 “지금까지 세크메톱스는 유럽에 기원을 둔 히아이노돈과 동료로 여겨졌지만 이번 발견에 의해 바스테트돈과 더불어 아프리카가 기원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바스테토돈과 세크메톱스 등 고대 포식자들이 몇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대륙을 떠나 아시아와 유럽, 인도, 북아메리카 등지로 퍼져나간 것으로 생각했다. 1800만 년 전만 해도 히아이노돈과는 포유류로서는 지상 최대급 육식동물로 군림했지만 기후변화와 아프리카 판 활동으로 환경이 급변하자 개체가 줄고 마침내 멸종했다는 게 연구팀이 떠올린 시나리오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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