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청색 무늬가 인상적인 파란고리문어(표범문어 또는 푸른점문어) 수컷은 교미 도중 암컷에 독을 쓰는 사실이 밝혀졌다. 암컷이 잡아먹지 못하도록 스스로를 지키려는 수컷의 방어 행위에 관심이 쏠렸다.

호주 퀸즐랜드대학교 수생생물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찰조사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파란고리문어는 아열대에 주로 서식하는데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 근해에도 종종 나타난다.

연구팀은 파란고리문어 암컷이 짝짓기 도중 수컷을 잡아먹는 이유를 다년간 조사했다. 파란고리문어는 암컷이 훨씬 커 수컷이 꼼짝없이 희생되는 경우가 빈발한다.

조사에 참여한 저스틴 마셜 연구원은 "파란고리문어 암컷은 짝짓기에 성공하면 영양분 보충을 위해 수컷을 잡아먹는다. 이런 암컷도 알이 부화하면 탈진해서 죽고 만다"며 "일부 수컷은 교미 초기에 암컷을 깨물고 독을 주입해 일시적으로 마비시켰다"고 전했다.

수컷 파란고리문어는 교미할 때 암컷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독을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퀸즐랜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수컷은 스스로 목숨을 지키려 일시적으로 암컷을 마비시킬 뿐 교미에는 적극적이다"며 "몸길이 최대 약 20㎝인 암컷 대비 몸집이 훨씬 작은 수컷은 종족 번식도 하고 목숨도 보전하기 위해 독을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란고리문어는 신경독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을 가졌다. 이는 복어를 비롯해 일부 고둥이 지닌 강력한 독으로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위력적이다.

저스틴 연구원은 "파란고리문어 암컷은 산란 후 약 6주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알을 지키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수컷은 암컷에 먹히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독을 손쉽게 사용하도록 진화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치명적인 독을 가진 파란고리문어 <<사진=National Geographic UK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is Killer Octopus Is Both Beauty & Brains | Deadliest Month Ever | National Geographic UK'캡처>

연구원은 "40분에서 75분 이어지는 교미 중 수컷 파란고리문어는 대동맥을 물어 독을 주입, 암컷의 움직임을 일시적으로 멈춘다"며 "독이 돌면 암컷은 약 8분 뒤 호흡이 멈추고 몸이 창백해지면서 동공 반응이 사라진다. 수컷은 헥토코틸루스라고 불리는 교접완을 사용해 정자를 암컷의 난관에 넣는다"고 언급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수컷이 암컷보다 3배나 큰 침샘을 가진 사실도 밝혀졌다. 침샘은 독을 생성하는 기관이다. 즉 파란고리문어 수컷이 더 강한 독을 분비하도록 발달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저스틴 연구원은 "파란고리문어는 일생에 한 번 번식하고 죽는 일회산란(semelparity) 동물"이라며 "수컷에게 있어 교미의 성공은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남기는 중요한 기회다. 암컷이 점점 크고 강해졌기 때문에 수컷은 특별한 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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