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이동할 때 각각의 진로가 출발점 대비 좌우 13°를 넘어가면 혼잡이 발생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횡단보도에 숨은 법칙에 학계는 물론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영국 바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횡단보도가 붐비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각적으로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통행량이 많더라도 보행자들의 흐름이 대체로 원활한 횡단보도의 경우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러운 레인이 형성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바스대학교 팀 로저스 교수는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이들은 커다란 흐름, 즉 레인을 감지하면 부지불식간에 합류하는 심리가 있다"며 "그러면 보행자 흐름은 자연스럽게 자기 조직화한다. 레인을 타는 것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어렵지 않게 건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현상을 기반으로 일명 레인 형성 이론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아주 혼잡한 횡단보도를 집중 조사한 연구팀은 보행자의 흐름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 레인을 벗어난 일정 각도라고 결론 내렸다.
아래 애니메이션은 보행 시 좌우 이동 각도가 13° 미만(왼쪽)인 경우와 13° 이상(오른쪽)인 상황을 각각 보여준다. 확실히 13°를 넘으면 전체적인 레인이 무너지고 혼잡이 발생했다. 이는 횡단보도를 가정해 체육관에서 반복한 실험에서 분명히 확인됐다.

팀 로저스 교수는 "보행자의 흐름을 분자 운동으로 보고 유체역학 방정식을 응용해 계산했다"며 "출발지점에서 비교적 똑바로 횡단한다면 레인이 형성되기 쉽지만 사람들의 횡단 각도가 13°를 넘으면 바로 레인이 붕괴해 무질서해졌다"고 말했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응용하면 횡단보도의 보행자 혼잡도를 일정 수준까지 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횡단보도에 국한되지 않고 걷기 쉽고 안전한 공공공간 설계도 얼마든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