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색을 분간하는 신종 갑충 2종이 지중해 조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곤충의 눈은 인간과 구조가 달라 대부분의 종이 빨간색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 곤충학자 요하네스 슈페터 교수 연구팀은 지중해에 서식하는 풍뎅이속 곤충 2종이 빨간색을 분명히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25일 발표했다.

곤충의 시각은 자외선과 파란색, 녹색 등 비교적 짧은 파장의 빛을 인식하도록 진화해 왔다. 이런 이유로 긴 파장을 가진 붉은색을 감지하는 능력은 거의 갖추지 못했다.

빨간색을 식별하는 신종 딱정벌레 2종이 발견됐다. <사진=pixabay>

요하네스 교수는 “지중해에서 발견한 피고플레우루스(Pygopleurus)속 딱정벌레 2종은 붉은색을 뚜렷이 식별해 꽃을 찾는다”며 “빨간색이 보이는 곤충을 자연계에서 만날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곤충은 복안이라는 수천 개의 작은 눈의 집합체로 사물을 본다”며 “빛의 파장을 광수용체를 통해 인식하는 곤충은 선명한 붉은색을 띠는 장미나 튤립, 양귀비꽃이 앞에 있어도 빨간색 자체를 보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시선을 끈 갑충 2종은 피고플레우루스 크리소노투스(Pygopleurus chrysonotus)와 피고플레우루스 시리아쿠스(Pygopleurus syriacus)다. 피고플레우루스속은 풍뎅이와 근연종인 글라필리디(Glaphyridae)과에 속하는 소형 갑충으로 솜털 같은 체모가 특징이다. 개양귀비 같이 붉은색 꽃의 가루를 선호한다.

개양귀비 꽃에 앉은 피고플레우루스속 딱정벌레 신종 <사진=뷔르츠부르크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요하네스 교수는 “신종 딱정벌레들이 붉은색 꽃을 식별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색채 트랩과 행동 실험, 전기생리학 검사를 병행했다”며 “피고플레우루스속 갑충의 망막에는 자외선, 파랑, 녹색, 그리고 적색(진홍)에 반응하는 4가지 광수용체가 존재하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신종 갑충들이 배경에 좌우되지 않고 붉은색 꽃을 진정한 색각으로 식별한다고 결론 내렸다. 꽃의 색은 꽃가루 매개자의 시각 특성에 맞게 진화해 왔다고 여겨졌으나, 이번 발견으로 학자들 생각에 오류가 있음이 드러났다.

요하네스 교수는 “피고플레우루스속 외에도 같은 글라필리디과에 속하는 곤충 일부는 빨강, 흰색, 보라, 노랑 등 여러 색의 꽃을 선호한다”며 “곤충의 색각이나 색 취향은 학자들의 추측보다 훨씬 유연하게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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