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이 가득한 대기와 펄펄 끓는 마그마 바다를 가진 독특한 형태의 외계행성이 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서 확인됐다. 학자들은 기존의 행성 분류 방법을 근본부터 흔든 중대한 발견이라고 주목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등으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23일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지난주 발간된 국제 천문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에 소개됐다.
L 98-59 d로 명명된 수수께끼의 외계행성은 지구에서 약 35광년 떨어진 항성 L 98-59 주변을 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팀은 L 98-59 d의 지하 깊숙한 곳까지 뜨거운 마그마로 뒤덮인 것을 알아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지표면이 암석이나 얼음, 물, 가스로 구성됐다. L 98-59 d와 같이 온통 마그마로 뒤덮인 행성은 전례가 없어 이번 발견은 우주의 다양성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옥스퍼드대 행성학자 해리슨 니콜스 연구원은 “학자들이 지금껏 파악한 5000개 넘는 외계행성은 지구와 같은 암석행성이거나 얼음행성, 바다행성(해양행성) 아니면 가스행성이었다”며 “지구보다 약 1.6배 큰 L 98-59 d는 기존의 외계행성 범주에 들지 않는 새로운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데이터를 통해 이 희한한 행성의 대기에 유황이 다량 포함된 점도 파악했다”며 “보통 이러한 가스는 항성에서 나오는 강한 방사선에 의해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가 버리지만, L 98-59 d는 수십억 년 동안 두터운 대기를 유지했다”고 의아해했다.
최신 행성 시뮬레이션을 통해 L 98-59 d의 내부를 재현한 연구팀은 지하 수천 ㎞까지 마그마가 채워진 것을 확인했다. 이런 이유로 행성의 표면 온도는 1900°C가 넘는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암석도 버티지 못하고 펄펄 끓는 L 98-59 d의 마그마 바다가 우주로 날아갈 황화수소 등을 내부로 흡수하고 다시 방출해 유황 대기가 존재한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해리슨 연구원은 “대기를 삼키고 내뱉는 구조를 수십억 년 반복함으로써, L 98-59 d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대기를 유지한 듯하다”며 “L 98-59 d는 그야말로 행성 전체가 녹아내린 용암의 별이라 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이번 발견은 외계행성의 표면을 암석과 얼음, 물, 가스로 분류한 기존 생각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태양계 행성 지구와 화성도 탄생 직후 마그마 바다로 덮였다고 여겨지는 만큼, 이 행성은 지구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라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