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기자의 대피라미드가 반복되는 지진에도 4600년이나 버틴 이유가 또 밝혀졌다. 아직 수수께끼가 많은 쿠푸왕의 피라미드에 놀라운 내진설계가 적용됐다는 생각은 전부터 이어졌고, 관련 연구도 많은 편이다.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약 4600년 전 건설됐음에도 오늘날까지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수천 년 동안 풍화와 침식, 그리고 여러 차례의 지진을 견딘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다각적인 연구를 통해 대피라미드가 단순히 거대한 돌무덤이 아니라, 지진에 강한 구조물임을 입증해 왔다.

가장 최근 연구는 이달 발표됐다. 이집트 국립천문학지구물리학연구소(NRIAG) 무함마드 엘가브리 박사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21일 자에 조사 보고서 ‘쿠푸 피라미드의 지진 복원력에 영향을 주는 건축 기술(Architectural and geotechnical aspects affecting earthquake resilience for the antique Egyptian Khufu pyramid)’를 내고 고대 이집트의 내진 기술을 소개했다.

이집트 기자에 조성된 피라미드들. 가장 오른쪽이 쿠푸 왕의 무덤이자 기자 피라미드들 중 가장 높은 대피라미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대피라미드 내부와 주변 37개 지점에 측정기를 설치하고 미세진동을 분석, 피라미드의 구조적 특성을 파악했다. 그 결과, 대피라미드는 약 2.0~2.6Hz(헤르츠) 범위의 균일한 고유진동수를 보였다. 이는 지반의 진동 특성과 크게 달라 공진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무함마드 엘가브리 박사는 “공진은 고유한 진동수와 같은 외부 힘이 어떤 물체에 주기적으로 주어질 때 진폭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건물이 지진으로 무너질 때 흔히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지반과 구조물의 공진인데, 대피라미드는 애초에 그 위험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피라미드 내부 왕의 방 위에는 층층이 빈 공간들이 설치돼 지진 에너지를 분산했다”며 “실제로 진동 증폭 현상은 상층부로 갈수록 커졌지만, 이런 천연 완화 장치 부근에서는 진동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내부 공간 배치가 충격 흡수 장치처럼 작동했음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대피라미드 곳곳에 음파 측정기를 설치하고 미세진동을 분석한 연구팀은 탁월한 내진 설계를 파악했다. <사진=무함마드 엘가브리>

대피라미드의 형태도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피라미드는 밑변이 넓고 무게중심이 매우 낮다. 현대 공학에서도 무게중심이 낮고 좌우 대칭성이 높은 구조물은 지진에 강하다고 평가된다. 연구팀은 대피라미드의 완벽에 가까운 대칭성과 거대한 질량 분포가 외부 충격을 고르게 분산한다고 봤다.

피라미드의 재료 역시 지진을 견디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됐다. 폴란드 AGH과학기술대학교 프란츠 잘레프스키 박사는 2016년 조사 보고서 ‘기자 대피라미드 벽 속의 삼각형(Triangles in the Walls of the Great Pyramid in Giza)’에서 피라미드 중심부에 사용된 특정 석회암 블록이 더 촘촘하게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박사는 화석 함량이 높은 석회암이 내구성을 높였고, 이러한 고강도 석재가 삼각형 형태로 배치돼 구조 안정성에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피라미드 벽돌 사이의 정밀한 결합도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 영국 고고학자 데니스 스톡스는 2003년 낸 조사 보고서 ‘마찰의 불변 법칙: 기자 대피라미드의 블록을 끼워넣은 방법(Immutable laws of friction: preparing and fitting stone blocks into the Great Pyramid of Giza)’에서 이집트인들이 단순한 도구만으로 돌 표면을 극도로 평평하게 가공한 점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연구를 통해 알게 된 쿠푸왕 피라미드의 내부 구조 <사진=무함마드 엘가브리>

데니스 스톡스는 대피라미드 일부 돌 사이의 틈은 면도날조차 들어가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집트인이 피라미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로 만들었다고 봤다. 어떻게 돌을 그렇게 쌓았는지는 불명확하나, 목적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추측에 많은 학자가 동의했다.

기초 지반 선택도 탁월했다. 대피라미드는 단단한 석회암 위에 세워졌다. 쉽게 말해 그 옛날에 지진을 막기 좋은 땅을 골라 피라미드를 건설한 셈이다. 이집트 기자 지역은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강진의 영향을 받았음에도 피라미드는 멀쩡했다.

이집트는 지진이 비교적 적은 국가지만 홍해와 아카바만, 동지중해 단층대와 가까워 주기적으로 강진이 발생했다. 1926년 7월 12일 매그니튜드(M) 규모 6.9의 지중해 동부 지진, 1995년 11월 22일 규모 7.2M의 아카바만 지진이 대표적이다.

이윤서 기자 lsy@spu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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