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39)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서 확인된 인공지능(AI)의 발전상이 이제 놀라움을 넘어 소름 끼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기의 대국으로부터 벌써 7년. 인공지능은 방대한 정보의 학습을 통해 데이터를 조합하고 최적의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제너레이티브 AI로 진화했다.
최근 오픈 AI 사의 대화형 AI 챗GPT 최신 버전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이 머잖아 사람의 직업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리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AI의 급속한 진화로 직접적 영향을 받는 직종과 그렇지 않은 직종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챗GPT와 뉴 빙, 미드저니 등 대화·검색·이미지 생성 등 다양한 분야의 제너레이티브 AI를 중심으로 각국과 받을 영향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로 인해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국가 1~3위는 홍콩, 이스라엘, 일본이었다. 스웨덴이 4위, 미국이 5위, 영국이 6위였다. 우리나라는 11위다. 보고서는 "선진국일수록 AI의 발달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며 "미국과 유럽의 일감은 3분의 2가 AI에 의해 자동화되고, 나머지의 4분의 1 역시 완전히 AI가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양한 분야의 제너레이티브 AI, 즉 학습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은 향후 인간의 직업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골드만삭스는 내다봤다. 보고서는 특히 '화이트칼라의 산업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무직의 변화가 클 것으로 추측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영향을 받을 분야는 사무(46%) 및 법무(44%)다. 다음으로 실업자가 많을 분야는 건축 및 엔지니어링으로, AI가 당장 약 10%의 일자리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생명·물리·사회과학(8%) 및 식품·조리(7%) 생산(7%) 등도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비율이 비교적 크다.
컴퓨터와 수학, 교육, 도서관, 금융, 영업, 경영 관리 등 분야도 상당 부분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당장 사람들이 대량 실업하지는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나은 효율을 보이면서 서비스와 관리 분야의 AI화가 빨라진다는 이야기다.
육체노동 분야는 AI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할 전망이다. 건물 청소나 보수·관리 같은 직업은 AI의 관여도가 5% 아래로 평가됐다. 설치나 수리(15%), 건설 및 채굴(25%), 생산(28%) 등도 당분간은 인간이 주도할 분야로 꼽혔다. 다만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서 운수는 35%가량이 AI에 잠식될 것으로 평가됐다. 식품조리 역시 50%가 AI로 대체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보고서는 현재 AI가 실수도 하고 거짓말 등 오류를 저지르지만 진화 속도가 실로 빠르다고 봤다. 멀티 모달, 즉 시각과 청각을 비롯한 여러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기능이 갖춰지면서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보기 시작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실제로 GPT 시리즈의 네 번째 모델(GPT-4) 같은 AI는 이미지와 음성, 영상을 해석하고 보고 들은 정보를 조합, 스스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독창성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