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6월이다. 올해 역대급 폭염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벌써부터 “샤워를 아침에 해야 하나, 밤에 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분석에서 올해 2030년 이전 사상 최고 기온 경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한국 기상당국 역시 올해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크다고 예상했다.
열대야가 본격화하는 여름에는 샤워 시간대가 단순한 생활습관을 넘어 수면과 체온, 피부, 심지어 하루 컨디션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아침과 밤 샤워 중 과학적으로는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조건 아침 혹은 무조건 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복잡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과학계가 최근 더 주목하는 쪽은 밤 샤워다. 이유는 체온이다. 사람의 몸은 잠들기 직전 중심체온이 자연스럽게 떨어지는데, 이 과정이 수면 신호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오히려 몸이 더 빨리 식으면서 졸음이 촉진된다는 사실이다.
이를 입증한 대표 연구가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논문 ‘수면 개선을 위해 온수 샤나 목욕을 통한 취침 전 수동적 신체 가열: 체계적 검토와 메타 분석(Before-bedtime passive body heating by warm shower or bath to improve sleep: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이다. 연구팀은 17개 선행연구를 종합 분석해 잠들기 1~2시간 전 40~42.5℃의 따뜻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하면 수면의 질과 수면 효율이 유의미하게 개선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온수 샤워가 잠들기 좋은 상태로 몸을 유도한다는 가설을 입증했다. 따뜻한 물이 손과 발의 혈관을 확장하고, 이 과정에서 체내의 열이 바깥으로 빠르게 방출돼 중심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실험이 보여줬다.
여름 열대야 시기에는 이 효과가 더 중요해진다. 최근 수면 전문가들은 폭염 속 숙면 전략으로 냉수 샤워보다 오히려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 샤워를 권하는 경우가 많다. 갑작스러운 냉수 자극은 교감신경을 깨워 오히려 각성 상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 샤워는 다른 장점이 있다. 아침에 샤워를 하면 체온과 각성 수준이 상승하면서 뇌가 활동 시간으로 인식하기 쉽다. 특히 차가운 물은 교감신경을 자극해 순간적으로 정신을 맑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아침 샤워를 하지 않으면 잠이 깨지 않는다고 느낀다.
알고 넘어갈 부분은 우리 피부의 미생물이다. 인간의 피부에는 시간대에 따라 활동성이 달라지는 미생물 군집이 존재한다. 미국 하버드의과대학교와 오리건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2021년 ‘인간 피부 미생물의 일별 변이가 법의학 마이크로바이옴 매칭의 정확성에 주는 영향(Diurnal variation in the human skin microbiome affects accuracy of forensic microbiome matching’ 조사 보고서에서 피부 속 미생물과 샤워의 관련성을 짚었다. 연구팀은 밤 사이 땀과 피지, 각질이 피부 환경을 바꾸기 때문에 아침 샤워가 피부 청결 유지에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수면과 열대야 대응 측면에서는 밤 샤워가 상대적으로 우세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잠들기 1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짧게 샤워하는 방식은 과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효과가 확인됐다. 별개로 아침 샤워는 각성 효과와 청결 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야외 활동이 많거나 땀이 많은 사람, 아침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아침 샤워가 잘 맞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샤워를 하는 시간보다 몸의 상태를 아는 것이다. 과학자들도 최근에는 획일적인 생활 패턴보다 개인의 생체리듬에 맞춘 습관을 더 강조하는 추세다. 올여름처럼 더위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는, 단순히 시원함만 좇아 얼음물 샤워를 하기보다 체온과 수면 리듬까지 고려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참고로, 샤워의 시간대만큼이나 빈도도 중요하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여름철 더우니까 자주 씻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하루 3~4번씩 샤워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피부 장벽을 손상하고 오히려 건조증과 가려움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