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에도 자기장이 존재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잡혔다. 외계행성도 지구와 같은 기상 현상이 벌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온 터라 더욱 관심이 모였다.

프랑스와 칠레 천문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애스트로노미(Nature Astronomy) 2일 자에 실었다. 

연구팀은 태양계 밖에 자리한 뜨거운 목성형 행성 7개의 풍속을 측정하던 중 자기장의 존재를 나타내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증거를 포착했다. 항성 바로 옆을 맹렬한 속도로 공전하는 가스행성들의 자기장은 목성이나 토성 수준으로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관측된 외계행성들은 항성 바로 옆을 수일 이내의 짧은 주기로 공전했다. 주성의 강력한 중력 탓에 항상 같은 면이 항성 쪽으로 향하는 조석고정 상태인 관계로 낮쪽은 온도가 상당히 높고, 반대쪽인 밤쪽은 극한의 저온 상태였다.

주성의 중력으로 조석고정된 채 빠르게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상상도. 지구처럼 자기장이 존재하는 증거가 처음 검출됐다.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하와이 제미니 북망원경에 탑재된 마룬-X(MAROON-X) 장비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유럽남천천문대(ESO) 초대형망원경(VLT) 분광기를 사용, 행성 대기에 포함된 철 등 화학물질이 발하는 빛의 패턴을 추적했다. 해당 연구의 목적은 각 외계행성의 대기가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지 알아내는 것이었다.

측정된 풍속은 시속 약 7200㎞에서 시속 2만5000㎞에 달했다. 목성에서 관측된 가장 빠른 바람(시속 약 1500㎞)를 가볍게 뛰어넘는 엄청난 수치였다. 이후 7개 행성의 풍속과 온도 데이터를 비교했더니, 행성 온도가 높을수록 풍속이 느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프랑스 코트다쥐르천문대 라그랑주연구소 줄리아 사이들 박사는 “온도가 높으면 대기의 에너지도 커져 바람은 더 빠르게 불어야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정반대였다”며 “이유를 조사한 결과, 자기장의 존재가 가장 일관성 있는 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지구와 주성 태양의 관계를 강조한 이미지. 지구의 자기장이 없어진다면 대기는 화성처럼 벗겨지고 생명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사진=ESO 공식 홈페이지>

이어 “자기장은 대기의 하전 입자에 브레이크를 거는 성질이 있다”며 “행성이 뜨거워질수록 대기 중의 하전 입자가 증가하고, 자기장에 의한 브레이크 효과가 강해지기 때문에 풍속이 느려진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풍속과 온도의 관계를 역산한 연구팀은 자기장 강도가 가장 높은 외계행성의 경우 토성의 약 4배, 목성의 약 절반인 점에 주목했다. 토성 자기장은 적도 부근에서 약 0.2가우스이며, 이번 외계행성의 자기장은 대략 0.8가우스 전후였다. 지구의 자기장은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약 0.3~0.6가우스다. 수치만 보면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구는 암석행성이고 가스행성과는 자기장 발생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줄리아 사이들 박사는 “외계의 가스행성이 태양계 가스행성과 같은 수준의 자기장을 가졌다는 것은, 행성 자기장에 관한 지금까지 이론 모델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외계행성의 자기장 존재는 생명체 탐사의 방향 자체를 바꿀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외계행성에 자기장은 물론 기상 현상이 존재한다는 연구는 지난달 말 발표됐다. 사진은 WASP-94A b의 밤쪽 대기에 구름이 꽉 들어찬 상황을 묘사한 일러스트 <사진=한나 로빈슨>

지구상에 생명체가 넘쳐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 덕분이다. 지구 내부에서는 녹은 철과 니켈이 대류해 행성 전체를 감싸는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이 자기장은 우주에서 내리쬐는 고에너지 방사선을 막아 대기가 벗겨지는 것을 방지한다. 자기장을 가지지 않은 천체가 어떻게 되는지는 척박한 붉은색 행성 화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자기장이 있더라도 가스행성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목성이나 토성 등 거대한 가스행성에도 강력한 자기장이 있지만, 생명체가 살려면 반드시 필요한 단단한 지표면과 안정된 액체 상태의 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맹렬한 대기순환에 의해 유기물이 초고온·고압에 파괴되고 만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지금껏 확인된 6000개 넘는 외계행성 탐사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강한 자기장을 가진 행성에서는 지구의 북극이나 남극에서 볼 수 있는 오로라가 일어나는 만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한 추가 관측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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