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공을 굴려 발판으로 사용하는 똑똑한 뒤영벌이 사람이나 포유류와 같은 표정을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주 매쿼리대학교 앤드루 배런 교수 연구팀은 9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뒤영벌이 먹이의 맛과 자신의 생리적 상태에 따라 구기(먹이를 섭취하는 길쭉한 기관)를 움직이는 방식과 행동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곤충은 사람이나 다른 포유류처럼 얼굴 근육을 움직여 표정을 지을 수 없다. 뒤영벌은 꽃 깊숙한 곳의 꿀을 먹기 위해 자유롭게 움직이는 구기를 가졌는데, 연구팀은 이 기관이 감정을 표시하는 기능을 겸한다는 입장이다.

개 등 포유류는 감정을 표정으로 드러낼 줄 안다. 다만 외골격이 단단한 곤충은 따로 표정이 없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피펫을 이용해 뒤영벌에 설탕물을 소량 제공했다. 뒤영벌은 빠르게 구기를 뻗어 설탕물을 마셨고, 피펫을 치운 뒤에도 마치 입맛을 다시듯 구기를 반복해서 뻗었다 오므렸다.

희석한 소금물을 먹었을 때는 반응이 전혀 달랐다. 뒤영벌은 머리를 흔들고 다리로 구기를 닦은 뒤 먹이에서 멀어지듯 뒤로 물러났다. 사람이나 다른 동물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을 때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싫어하는 맛을 경험하면 혐오 행동을 나타내는 것과 비슷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설탕과 소금의 화학적 차이가 뒤영벌의 행동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뒤영벌의 몸 상태를 바꾼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뒤영벌을 짧은 시간 40℃ 환경에 노출해 더운 날 오랫동안 활동한 것과 비슷한 탈수 상태를 만들었다. 이후 평소에는 싫어하던 희석한 소금물을 제공했다.

뒤영벌이 구기를 이용해 감정을 표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됐다. <사진=pixabay>

탈수 상태의 뒤영벌은 머리를 흔들거나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설탕물을 먹을 때처럼 구기를 앞으로 내밀었다. 같은 소금물인데도 몸의 상태에 따라 뒤영벌의 반응이 달라진 것이다.

앤드루 배런 교수는 “사람이 경구용 수분 보충액을 마시는 상황과 비슷했다. 평소에는 맛이 없다고 느낀 음료도 장거리 달리기를 마치고 탈수 상태가 되면 훨씬 맛있게 생각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뒤영벌의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화학적 변화와 행동의 관계도 살폈다. 뒤영벌에 옥토파민과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을 투여한 뒤 설탕물을 제공하자 구기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식욕, 통증 등에 관여하는 엔도카나비노이드 계열 물질을 처리한 개체에서도 서로 다른 반응이 관찰됐다. 이는 뒤영벌의 먹이에 대한 반응이 단순히 화학물질에 대한 반사 행동이 아니라 몸 상태와 신경계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능이 뛰어난 것으로 확인된 뒤영벌 <사진=pixabay>

뒤영벌의 신기한 생태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핀란드 오울루대학교 연구팀은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험 보고서를 내고, 뒤영벌이 다른 개체의 행동을 관찰하거나 배우지 않고도 새로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남방의과대학 연구팀은 2024년 낸 실험 보고서에서 뒤영벌이 보상을 얻은 뒤 긍정적인 행동을 보이고, 이러한 변화가 주변 동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제기했다.

최근 이어지는 연구들은 뒤영벌의 행동을 단순한 자극과 반사의 결과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문제를 해결하고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며, 몸 상태에 따라 같은 먹이에 대한 반응을 바꾸고, 신경계의 변화에 맞춰 좋아하는 먹이를 대하는 행동까지 달라진다고 학자들은 봤다.

앤드루 배런 교수는 “일련의 연구가 뒤영벌에게 좋고 싫은 감정이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면서도 “뒤영벌의 구기 움직임이 생리적 상태와 신경화학적 변화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은 곤충도 외부 세계를 각자 상태에 따라 평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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