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질병에 대한 효력이 발견되고 있는 장내 세균 이식요법, 일명 '분변이식'이 알코올 의존증 완화에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야말로 똥이 사람 살려내는 세상이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연구팀은 최근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분변이식 치료법이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음주량을 줄이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식 명칭이 '분변 미생물군 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인 분변이식은 일면 지저분한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난치병을 치료할 획기적인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분변이식을 통한 알코올 의존증 완화효과가 실험결과 증명됐다. <사진=pixabay>

분변이식은 쉽게 말해 건강한 사람의 똥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환자의 장에 이식, 치료를 기대하는 방법이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관장 등으로 주입하거나 동결건조한 캡슐로 먹게 해 환자 장내 미생물 군집을 복원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이 치료법은 장내 세균 감염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효과가 이미 입증됐다. 아베 신조를 일본 총리 자리에서 끌어내린 궤양성 대장염을 비롯해 크론병 같은 난치성 염증질환에 대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에 좋다는 연구결과는 이미 나왔고 최근 비만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문이 발표돼 주목 받는다.  

이번 알코올 의존증 실험 역시 그 효과가 증명되면서 분변이식은 한층 관심을 얻을 전망이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연구팀은 알코올 의존증이 유전되기 쉽고, 특히 장내세균총(장내미생물 무리) 상태에 따라 의존증 진행속도가 얼마나 빨라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이미 동물을 대상으로 한 분변이식 실험에서는 알코올의 악영향에 따른 피실험 개체의 행동 개선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사람의 알코올 의존증에도 분변이식이 효과가 있는 지 측정하기 위해 플라시보 대조실험을 진행한 결과, 10명 중 9명에게서 개선효과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에 참가한 사람은 알코올 의존증 진단을 받은 20명이다. 모두 60대 남성으로, 장기간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모두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분변이식은 감염증 등 부작용 탓에 오랜 기간 연구가 진행된 분야다. <사진=pixabay>

이들에게 이식된 분변은 알코올 의존증 환자에게 부족한 장내 유익균 라크노스피로세(lachnospiraceae)나 루미노코카세(ruminococcaceae)가 풍부했다. 이 두 종류의 세균은 간성 뇌증 환자의 분변치료에도 이용돼 효과가 증명된 바 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 10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관장을 통해, 나머지 절반은 동결건조캡슐을 통해 분변을 이식했다. 15일 후와 6개월 후 각종 생리학적·행동학적 지표를 측정해 과연 분변이식이 알코올 의존증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알아봤다.

그 결과 15일 후 10명 중 9명이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약해졌다고 답했다. 단지 말뿐만이 아니라, 이들의 소변에 포함된 알코올 관계 대사물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즉, 알코올 자체를 몸이 원하는 양이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6개월 뒤 측정이 남아있고, 단 10명만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예비실험이므로 어디까지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에 만족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변이식의 치료 효과에 대해 확실한 결론을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진전이 기대되는 유망한 결과인 것은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이 조심스러운 것은 혹시 모를 분변이식의 위험성 때문이다. 학계가 분변이식에 관심을 갖고 실험에 나선 것은 대략 50년 전인데, 원래 이 요법은 한방에서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주목 받았다. 그럼에도 현재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내성균 등이 이식 또는 섭취될 포함될 경우 심각한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커먼웰스대학 연구팀의 분변이식 실험결과는 간장학 전문 학술지 헤파톨로지(Hepatology)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