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의 정체는 암흑 에너지로 만들어진 천체 그라바스타(gravastars)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라바스타는 천체물리학자들이 블랙홀 이론의 대안으로 제시한 상상의 산물이다.

폴란드 그단스크대학교 물리학 연구팀은 21일 공식 채널을 통해 그라바스타가 기존의 천체물리학 이론에 비해 보다 명확하게 블랙홀을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랙홀은 아인슈타인이 내놓은 일반상대성이론에 입각해 독일 물리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가 1916년 존재 가능성을 예언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2019년 과학자들이 실제 블랙홀 촬영에 성공했지만 물리법칙과 모순되는 성질이 아직 많다.

특히 슈바르츠실트의 블랙홀 논문에 담긴 이론의 상당 부분이 미해결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블랙홀의 중심에 위치한다는 특이점이다. 중력이나 밀도가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은 물리학 이론으로는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반론이 적잖다.

파웰 마주르 및 에밀 모톨라 교수의 그라바스타를 학자들이 재현한 이미지.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프랑크푸르트괴테대학교·Daniel Jampolski·Luciano Rezzolla>

이런 이유에서 등장한 이론이 그라바스타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파웰 마주르 교수와 뉴멕시코대학교 에밀 모톨라 교수가 2001년 발표한 가상의 천체 그라바스타는 중력 진공별(gravitational vacuum star)이다. 수명을 다한 항성이 중력 때문에 붕괴하는 탄생 배경은 블랙홀과 같지만, 특이점 대신 암흑 에너지에 의해 안정성이 유지되는 구 형태의 얇은 껍질을 가졌다. 일부 학자는 이 천체가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단스크대 연구팀은 그라바스타가 기존 블랙홀 이론을 대체할 수준인지 검토했다. 초대질량 블랙홀이 만일 그라바스타라면 주변에 존재하는 거대하고 뜨거운 물질 덩어리가 어떻게 이동할지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했다. 아울러 블랙홀 주위를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도는 고온의 가스 덩어리 핫스팟의 특성도 정밀 조사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실험 결과 그라바스타는 지금까지 쌓인 블랙홀의 관측 기록이나 이론과 크게 모순되지 않았다"며 "특히 블랙홀과 그라바스타에 의해 야기되는 물질 방출 사이에는 유사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정립된 블랙홀의 구조. 강착원반(accretion disc)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 특이점(singularity), 상대론적 제트(분출물, relativistic jet), 광자 구(photon sphere), 블랙홀 내부의 안정된 원형 궤도(innermost stable orbit)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특히 그라바스타는 블랙홀에 의해 생기는 그림자 역시 형성한다는 사실이 시뮬레이션에서 밝혀졌다. 연구팀 관계자는 "블랙홀 이론에서 그림자는 공간의 휘어짐에 의해 형성된 사건의 지평선에 빛이 갇히면서 발생한다"며 "사건의 지평선이 없는 그라바스타는 중력적색편이라는 또 다른 현상에 의해 그림자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력적색편이는 중력장 속의 빛 파장이 길어지는 현상이다. 그라바스타가 가진 강력한 중력장 속을 빛이 통과하면 에너지가 상실되기 때문에 이를 밖에서 관측하면 블랙홀이 만드는 검은 그림자처럼 보인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학계는 이번 연구로 그라바스타 이론이 블랙홀을 대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연구팀의 이론은 실제 관측에 의해 입증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벤트 호라이즌 텔레스코프(EHT) 또는 유럽남천천문대(EOS)의 그래비티 플러스(GRAVITY+) 같은 차세대 관측 프로젝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 전제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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