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의 연구 기간을 거쳐 새로운 반려견 암 치료제가 개발됐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암센터(Cancer Centre Amsterdam)가 내놓은 신약은 체내 면역체계를 이용한 것으로, 실제 암에 걸린 개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이 백신은 세포골격 구성 물질의 하나인 비멘틴(vimentin)을 표적으로 삼아 암세포와 싸우는 면역체계를 지원한다. 비멘틴은 중간엽 세포에서 주로 발현하는 필라멘트 단백질로 악성종양에서도 가끔 발현된다.
신약은 체내 면역계의 힘을 이용해 암을 공격한다. 이런 방법은 처음이 아니며, 폐암 등 과거 난치성으로 여겨졌던 암에 대해서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암 면역요법에서는 특정 세포 또는 항원에만 반응하는 모노클로널 항체나 T세포가 이용돼 왔다. 이런 원리를 응용해 암 백신을 만들기도 한다. 의사들은 가까운 미래 내추럴킬러세포, 즉 항체 수용 기관은 없으나 특정한 암세포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인식해 죽이는 림프구 세포도 면역요법에 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방광암에 걸린 개들을 대상으로 한 암 치료제 투약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면역계는 의지가 되는 체내 방어 체계지만 암은 귀찮고 만만치 않은 상대”라며 “암세포는 면역계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때로는 숨어 버리기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암세포는 유전자를 변화시켜 면역체계에 혼란을 주고 단백질로 면역세포 스위치를 끄기도 한다”며 “일부 암세포는 미끼를 이용해 T세포의 공격을 피해 지금까지 면역요법은 한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처럼 약삭빠른 암세포지만 면역체계로부터 완전히 숨을 수는 없다고 가정했다. 암세포 역시 성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혈관을 늘려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암세포의 혈관이 비멘틴 단백질을 과다 생산하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혈관을 구성하는 내피세포에서 두드러졌다. 이 세포는 문지기 역할을 하며 주위 조직으로 진입하는 혈류를 결정하는데, 이곳에서 생산된 비멘틴이 암세포에 대량 축적됐다.

우리나라도 반려견 인구가 늘면서 암 같은 질병에 대한 일반의 관심 역시 커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비멘틴은 암세포 내 새로운 혈관 형성을 촉진한다. 암세포를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암과 싸우는 면역 활동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며 “이는 대량의 비멘틴을 표적으로 한 백신을 만들면 암을 퇴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이렇게 완성된 신약은 진행이 빠른 방광암 개 10마리를 대상으로 투여됐다. 2주에 걸쳐 3, 4회 투여한 결과 전원이 비멘틴 항체를 획득했다. 7마리의 병세가 안정됐고 3마리는 부분관해(종양이 일정 이상 축소)가 관찰됐다.

CCA는 대형 포유류에 의한 임상 환경에서 비멘틴 표적 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실증됐다고 자평했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의 표적 백신이 향후 인간의 암 치료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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