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극장가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이 회복세를 보이며 대비를 이룬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중국과 한때 긴급사태가 선포됐던 일본은 애국영화 흥행에 대작 성공이 겹치며 활기가 도는 반면, 한국 극장가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18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소리도 없이’가 누적관객 15만316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있다. 2위는 9월 29일 개봉작 ‘담보’로, 누적관객은 140만5016명이다. 개봉 2개월이 다 돼가는 ‘테넷’은 올여름 극장가 구원투수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현재 190만3917명의 누적관객을 찍으며 3위다.

일본과 중국의 극장가 상황은 국내와 딴판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극장가가 줄줄이 문을 닫고, 우리처럼 긴 불황을 겪었지만 최근 대작이 잿팟을 터뜨리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극장판 <사진=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공식포스터>

만화가 고토게 코요하루의 동명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는 개봉 이틀 만에 흥행수입 30억엔(약 327억원)에 육박하며 대박을 쳤다. 배급사인 토호(TOHO)와 애니플렉스의 공식발표는 없었지만, 극장 관계자들은 목표로 정한 100억엔은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는 2016년 2월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됐으며 2019년 TV판 애니메이션이 인기리에 방영됐다. 올해 5월 연재가 끝난 뒤 극장판 소식을 기다리는 팬들이 속출했으며,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의 한국개봉을 바라는 국내 애니메이션 마니아도 많다. 

중국의 경우 완전한 회복세로 봐도 좋을 정도다. 알리바바픽쳐스의 영화 콘텐츠 플랫폼 덩타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중국 2020년 영화 흥행수입은 129억5000만 위안(약 2조2164억원)으로 최초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영화계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 등 세계적인 영화시장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진한 점도 있으나, 중국 영화계가 국제적 팬데믹을 딛고 회복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덩타 자료에 따르면, 흥행수입 129억5000만 위안 중 85%를 중국 국내영화가 올렸다. 중국은 이달 초 국경절 황금연휴를 맞아 화제작이 집중됐고 이 기간에만 흥행수입 39억4800만 위안(6757억원)이 기록됐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역대 국경절 극장 흥행수입 기록 2위에 해당한다. 

중일전쟁을 그린 영화 '빠바이' <사진=영화 '빠바이' 스틸>

주목할 것은 흥행순위 상위권에 포진한 영화들이다. 항일 전쟁영화 '빠바이(八佰)'가 31억 위안(약 5306억원)의 스코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애국영화 '나와 나의 조국(아화아적가향)'은 22억5000만 위안(약 3,850억원)의 수익을 올려 2위다. 3위는 애니메이션 '강자아'로, 스코어는 14억7800만 위안(2530억원)이다. '강자아'는 강태공으로 잘 알려진 강자아의 일대기를 그린 애국영화다. 

이처럼 중국의 일명 '국뽕영화'들이 극장가 부활을 견인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9일 현지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역작 '테넷'은 현재까지 4억5000만 위안(약 77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물론 '테넷'의 세계 흥행이 놀란 감독의 전작 대비 부진한 편이지만, '국내 영화를 봐야 극장가가 살아난다'는 중국 관객의 의지가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은 6개월 가까이 전국의 극장 문을 닫은 바 있다. 그러다 지난 7월 무기한 연기됐던 제23회 상하이국제영화제가 개막했고, 극장가들도 이 무렵 일제히 기지개를 켜면서 관객맞이에 나섰다.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나온 2월부터 침체에 빠진 국내 극장가는 현재까지 불황의 긴 터널 속에 머물고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올해 전국 극장 관객수는 1월 1684만3695명에서 2월 737만2370명으로 반토막 났고, 3월 183만4722명, 4월 97만2572명, 5월 152만6236명으로 전년 대비 크게 하락했다.

여름 성수기를 즈음한 6월 386만4533명으로 상승한 관객수는 7월 561만8677명, 8월 883만4602명으로 회복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9월 298만8671명으로 관객 수가 급락했다. 오래된 영화의 재개봉이 많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미스터트롯:더 무비' '원더우먼 1984' '승리호' 외엔 내년까지 주목할 작품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 한층 암울하게 다가온다. 코로나19 여파에 언택트가 트렌드가 되면서 OTT 시장이 급성장한 점도 극장가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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