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영화감독들은 사람의 공포심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사용해왔다. 전통적으로 애용되는 것이 바로 소리, 즉 음향효과(sound effects)다. 보는 이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음악과 별개로 호러무비 속 소리들은 적재적소에서 영화팬의 심장을 공격하며 극의 몰입을 돕는다. 의문의 존재가 문이나 벽을 두드리는 소리,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발소리, 한밤의 거실에서 들리는 의자 끄는 소리들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소리에 반응하는 사람의 뇌가 품은 미스터리다. 소리란 원래 단순한 에너지의 파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사람의 뇌는 이런 소리를 들으면 공포에 질리는 걸까. 애초에 소름끼치는 소리라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존재하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소리를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하는 과정에 사람의 뇌가 개입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사람의 귀로는 알아들을 수 없는 저주파가 인간에게 유령의 존재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론, 이를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실증한 사례가 없어 관련된 논란이 이어진다. 

■20Hz 이하 주파수의 미스터리

소리는 호러무비의 공포심을 극대화하는 필수장치다. <사진=pixabay>

일반적으로 인간의 귀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는 20~2만Hz(헤르츠)다. 20Hz 미만의 소리들은 ‘초저주파 불가청음(인프라사운드, infrasound)’으로 분류한다. 이는 진동수가 20Hz보다 적어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소리들이다.

사람의 가청역대를 밑도는 초저주파 불가청음들은 원칙적으로 귀에 들리지 않는다. 다만 자각하지만 못할 뿐, 사람의 신체 자체는 이를 무의적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사실 이 소리들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지하철이 빠르게 눈앞을 통과하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드는 '붕~' 하는 느낌이 대표적이다. 

가청역대 이하 또는 이상의 소리를 연구하던 학자들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이 소리들이 이따금 기묘한 신체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 중 하나로 언급되는 것이 유령을 보는 현상과의 관련성이다.

■초저주파 불가청음은 유령의 소리?

초저주파 불가청음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는 1960년대 시작됐다.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미스터리한 현상이 보고됐다. 소리를 응용한 이 실험에서 조교 몇 명이 갑자기 귀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이 중 일부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떨었고, 이유도 없이 우울해진다는 사람도 있었다.

연구팀은 실험에서 다룬 소리들이 알게 모르게 인간에 공포심을 주는 데 주목했다. 소리에 대한 공포심은 갈수록 심해져, 급기야 한 조교는 환각이 보인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조교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실험 중 소리를 듣다 회색 반점 모양의 환각을 이따금 목격했다. 조교는 그 때마다 경계심이 올라가며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후 소리와 인간 공포심 사이에 대한 고찰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결론적으로 연구팀은 귀신을 자주 목격하는 사람들의 경우 일정한 주파수 이외의 소리, 즉 초저주파 불가청음에 노출됐을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후 소리에 관해 연구하는 세계 각국의 학자들은 초저주파 불가청음과 인간 공포심, 귀신을 목격하는 경험을 묶어 생각하기 시작했다.

■초저주파은 왜 공포의 소리인가

귀신이 자주 목격되는 영국 런던지하철. 빅 탠디는 이곳을 배경으로 한 심령 다큐멘터리에도 출연했다. <사진=pixabay>

영국 코번트리대학교에서 소리를 연구했던 빅 탠디(1955~2005)는 60년 전 프랑스 연구팀이 발견한 인프라사운드의 수수께끼에 매달린 인물이다.

초저주파 불가청음과 귀신을 보는 현상의 연관성을 알아내려 했던 그는 스스로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1980년대 초 의학 관련 회사 연구실에서 일할 당시, 영문도 없이 식은땀이 나고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뭣보다 자신의 연구실에 알 수 없는 존재가 있는 느낌이었다. 

미스터리는 얼마 가지 않아 밝혀졌다. 취미로 펜싱을 하던 그가 연구실에서 칼을 닦고 있는데, 칼날이 틀에 고정됐는데도 약하게 진동하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이후 탠디는 연구소에 인프라사운드가 존재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추가 실험을 통해 탠디는 자신의 책상에 새로 갖다놓은 선풍기를 의심하게 됐다. 선풍기가 만들어내는 진동, 즉 초저주파 불가청음이 그가 겪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탠디는 사람이 인프라사운드를 들을 때 엄습하는 공포가 심령현상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세계 각지의 고스트스팟(흉가 등 심령현상이 종종 벌어지는 장소) 일부에 초저주파 불가청음이 흐른다는 보고도 있다.

초저주파음과 심령현상의 연관성에 주목했던 빅 탠디는 귀신이 자주 목격되는 런던 지하철 등 여러 곳에서 초저주파 불가청음을 계측했다. 그는 “의식적으로 지각되지 않는 19Hz(18.9Hz)의 주파수가 문제의 효과를 일으킨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빅 탠디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설이 나왔지만 대부분 추론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빅 탠디를 비롯한 소리 연구가들은 눈사태나 폭풍 등 생명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은 저음에 동요와 공포를 느끼도록 진화해 왔다고 설명한다. 즉, 저주파음이 심리적으로 경계와 우려를 야기하는 것은 생존 차원에서 해석할 때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앞서 언급했듯 초저주파 불가청음이 모든 사람에게 공포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빅 탠디가 언급한대로 19Hz대의 소리가 소름끼친다는 사람은 얼마든 있다. 유튜브에는 여전히 해당 주파수대의 소리를 올려놓고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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