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STS-51L’을 잊지 않겠습니다.”
인류의 우주 개발 하면 떠오르는 미 항공우주국(NASA).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 유럽우주국(ESA)과 함께 줄기찬 도전을 이어온 NASA 사람들은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유독 검은 옷을 자주 입는다.
이유는 이 시기 NASA가 추진하던 굵직한 우주 탐사 계획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대량의 인명피해가 벌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1985년 ‘STS-51L’이라는 코드로 시작된 챌린저호 미션이다.
NASA의 25번째 우주 임무였던 STS-51L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달랐다.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엘리슨 쇼지 오니즈카를 비롯해, 교사 샤론 크리스타 코리건 매콜리프와 미국 우주 개척 사상 두 번째 여성 비행사 주디스 얼린 레스닉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총 7명의 비행사를 태운 챌린저호는 미국 동부 표준시 1986년 1월 28일 11시 38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는 챌린저호를 보며 운집한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중계진도 하나같이 발사 성공이라며 흥분했다.
다만 챌린저호는 한쪽 고체 연료 로켓 부스터에 생긴 문제 때문에 이륙 73초가 되던 순간 갑자기 폭발했다. 앞서 언급한 세 비행사를 비롯해 그레고리 브루스 자비스, 마이클 존 스미스, 프랜시스 리처드 딕 스코비, 로널드 어윈 맥네어까지 7명이 목숨을 잃었다.
NASA는 챌린저호 승무원들의 도전 정신을 기리는 뜻에서 매년 1월 말을 추모의 날(Day of Remembrance)로 정했다. 비행 도중이나 시험 중 뜻하지 않은 사고로 사망한 우주비행사, 엔지니어, 미션 관계자들을 기리는 날이다.
사실 1월 하순부터 2월은 NASA의 역사에서 비극적 사건이 집중된 시기다. 55년 전인 1967년 1월 27일, 당시 최신예 유인 우주선이던 아폴로 1호의 지상 시험 중 선내에서 화재가 발생, 버질 그리섬 선장을 비롯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3년 2월 1월에는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가 지구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분해되고 말았다. 폭발이 일어나면서 탑승한 우주비행사 7명이 전원 사망했다. NASA로서는 1월 말부터 2월 총 17명이나 되는 소중한 비행사들을 잃은 셈이다.
우주비행사가 미션 중 죽는 사고는 미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구소련의 소유즈 1호와 소유즈 11호를 타고 우주로 날아갔던 비행사 4명은 귀환 도중 발생한 사고로 불귀의 객이 됐다. 2014년 10월에는 민간 우주개발 업체 버진갤럭틱 우주선 ‘VSS 엔터프라이즈’가 시험비행 도중 추락, 탑승자 2명이 사상했다.
중요한 건 NASA가 추모의 날 아픈 역사를 돌아보고 사망자를 기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NASA 관계자들은 추모의 날, 먼저 간 동료들의 묘비 앞에서 우주를 향한 도전을 계속할 의지를 굳게 다진다.
NASA는 현재 아폴로 계획 이후 반세기 만의 유인 달 탐사 계획 ‘아르테미스’를 추진하고 있다. 무인 시험 비행에 해당하는 첫 번째 미션 ‘아르테미스 1’을 이달 이후 실시할 예정이다. 달 주변으로의 유인 비행 미션 ‘아르테미스 2’에 이어, 2025년 이후 우주비행사가 달에 내리는 ‘아르테미스 3’ 미션이 이어진다.
빌 넬슨(80) NASA 국장은 “우리는 지구 저궤도에 우주인이 상주하고 민간 기업에 의한 우주여행도 추진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며 “아주 의미 있는 유인 달 탐사 등 향후 계속될 수많은 미션들은 먼저 간 사람들의 노력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