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의 지능이 생각보다 높다는 또 다른 증거가 발견됐다. 유럽 지역의 네안데르탈인이 게를 잡아 불에 구워 먹은 흔적이 드러나면서 원시인들이 식생활에 불을 어느 정도 이용했는지 관심이 쏠렸다.

스페인 카탈루냐 인류고생물학연구소는 7일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Environmental Archaeology'에 실린 논문에서 네안데르탈인이 게를 불에 구워 먹은 약 9만 년 된 흔적들을 공개했다.

연구소는 네안데르탈인이 살았던 포르투갈 피게이라 브라바 동굴 조사 과정에서 집단 식사 흔적을 발견, 분석에 들어갔다. 그 결과 연구소는 네안데르탈인이 게를 무척 좋아했고, 맛을 살리기 위해 불에 구웠다고 결론 내렸다.

네안데르탈인이 다양한 어류를 잡아 즐겼고, 심지어 게를 불에 구워 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동굴에 남은 흔적으로 미뤄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들이 즐기는 브라운 크랩을 먹었다"며 "살이 가득 찬 게를 숯불에 구워 먹은 흔적도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네안데르탈인이 브라운 크랩 한 마리당 200g의 살을 발라 먹었다고 파악했다. 이는 브라운 크랩의 살을 원시인들이 능숙하게 최대한 발라 먹었음을 의미한다. 등딱지에 남은 긁힌 흔적과 패턴은 쥐나 새 등이 아닌 네안데르탈인의 손톱자국이라고 연구소는 강조했다.

조사 관계자는 "아마 네안데르탈인은 여름 간조 때 갯바위 웅덩이에서 게나 조개를 잡았을 것"이라며 "원시인들은 잡은 게를 집단적으로 먹기 위해 화로 옆에 모여 불과 석기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을 사용하는 네안데르탈인을 묘사한 그림 <사진=pixabay>

이어 "게 껍데기의 8%가량은 불에 구운 흔적이 있었다"며 "껍질이 쪼개진 모양을 유추하면 이들이 단단한 껍데기 안의 속살을 파먹으려 애썼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게 등딱지의 눌은 자국으로 미뤄 게들이 약 150~260℃로 가열됐다고 추측했다. 이는 현대인들이 게를 구워 먹을 때 온도와 비슷하다. 이는 네안데르탈인도 게를 먹기 좋게 구울 줄 알았다는 의미로, 이들이 우리가 알아왔던 만큼 지능이 낮고 원시적이지 않다는 증거라고 연구소는 역설했다.

조사 관계자는 "동굴에 거주한 네안데르탈인은 초원이나 툰드라의 대형 초식동물을 먹고 살았다는 그간의 연구는 상당한 편견"이라며 "이들은 꼬막과 홍합, 바지락 등 다양한 조개류와 각종 생선을 잡아먹었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준의 인지력을 갖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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