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평범한 시민 헨리 영은 동생을 위해 단돈 5달러를 훔쳤다가 악명 높은 알카트라즈의 지하 독방에 수감됐다. 세상과 단절된 한 평 반짜리 공간에 3년간 갇힌 그는 철저히 파괴됐고, 자신을 지옥에 가둔 인물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헨리 영에 대한 비인도적 행위는 알카트라즈를 폐쇄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의 기구한 사연은 영화 ‘일급살인’(1995)에 의해 널리 알려졌다.

케빈 베이컨과 게리 올드만의 열연이 돋보인 영화 ‘일급살인’은 독방이 인간에 미치는 지독한 악영향을 보여준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만으로 무기력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잖지만, 죄수를 완벽하게 격리하는 독방은 상상을 초월하는 지옥 같은 공포로 다가온다.  

■독방, 왜 사람을 미치게 하는가

독방(restrictive housing)에 갇힌 수감자들은 사람과 접촉이 철저하게 금지된다. 햇빛이 들지 않는 좁은 독방은 고독을 좋아하는 사람마저 미치게 하는 생지옥으로 악명 높다.

일단 독방에 갇히면 모든 감각이 차단된다. 12년간 복역기간 중 5년을 독방서 보낸 미국인 파이브 무알림 악(Five Mualimm-Ak)은 독방이 인권을 말살하는 가장 악질적 수단이라며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주위 풍경은 늘 똑같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도 없다”며 “식사와 물, 의료품을 제공하는 교도관 외에는 접촉이 제한되므로 시간감각마저 사라져버린다”고 말했다.

케빈 베이컨, 게리 올드만,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출연한 '일급살인' <사진=영화 '일급살인' 포스터>

이어 “혼자 대화도 해보고 가족을 떠올려도 소용 없다. 고독감을 뛰어넘은 말 못할 감정이 밀려온다”며 “독방에 익숙해질 사람은 결코 없다. 그곳에서 나온 뒤엔 타인과 접촉을 꺼리는 등 온갖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돌아봤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연구팀은 독방이 수감자에 주는 각종 악영향을 연구했다. 기본적으로 독방은 주위로부터의 고립, 감각 차단, 행동 제한이 24시간 내내 이어지므로 수감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준다.

연구팀이 독방 수감자와 나눈 인터뷰에 따르면, 망상과 환각, 패닉, 발작이 일상이다. 자살 충동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오랜 독방 생활은 타인과 어울리는 법을 잊게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까지 잊게 만든다.

이와 관련, 연구팀 관계자는 “독방에 600일 이상 수감자를 가둔 버지니아 교정국이 고발 당한 적이 있다”며 “해당 수감자는 체중이 13㎏ 빠지고 말을 못하게 됐으며 자신의 이름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2015년 미국 수감자 데이터를 연구팀이 분석한 결과, 독방에 갇혔던 사람은 석방된 뒤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일반 수감자에 비해 24% 높았다. 이 중 스스로 목숨을 끊는 확률이 78%나 됐다. 석방 후 2주 내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할 확률은 127%까지 올라갔다. 특히 독방에 2주 이상 갇혔을 경우, 석방 뒤 재수감될 가능성까지 높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장기간의 독방생활은 뇌기능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며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없게 되거나, 간단한 지시에도 따를 수 없게 된다. 독방에서 인지기능이 전혀 사용되지 않고, 뇌 자체가 쇠약해져 버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교도소 “독방은 필요악”

실존인물 헨리 영을 열연한 배우 케빈 베이컨 <사진=영화 '일급살인' 스틸>

독방이 인권을 말살한다는 주장에 교도소 측은 필요악이라고 맞선다. 규칙과 통제가 생명인 교정시설 특성상 이를 어기는 경우 본보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교정시설의 입장을 지지하는 시민들 역시 적잖다. 

문제는 독방 운영 시스템이라는 의견도 있다. 독방 감금은 현재의 교정 시스템에서 가장 극단적인 처벌로 받아들여지는데, 교도관이 일방적으로 그 적용을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독방 감금이 곧 고문과 같다는 극단적 주장도 나온다.

파이브 무알림 악은 “죄수들을 가두는 시설이니 통제가 필요한 건 잘 안다”면서도 “사소한 일로 사람들을 독방에 가두는 것은 헨리 영의 사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죄수들 사이에 작은 말싸움만 나도 독방에 보내곤 한다”며 “저도 음식을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90일간 독방에 갇혔다. 강박 등으로 잘못을 추가로 저지르게 돼 독방 수감 일수는 계속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여론을 의식한 교정시설들도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다. 분홍색이 사람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일부 교정시설은 독방과 일반 수감실의 벽면, 침대, 심지어 창살을 분홍색으로 도배했다. 다만 수감자들은 "별 효과가 없다"며 차갑게 반응했다.

유엔은 2015년 누구든지 독방에 15일 넘게 감금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지난해 7월을 기준으로 미국 8개 주에서 독방 수감에 제한을 두는 규제도 도입됐다. 하지만 암암리에 수감자를 독방에 보내고 오랜 기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간 8만명의 수감자가 독방에 갇혀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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