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탕카멘(투트 앙크 아문)의 황금 마스크는 사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흥미로운 가설이 제기됐다. 황금을 바탕으로 갖은 보석을 정교하게 짜 넣은 투탕카멘의 데스마스크는 턱수염 무게만 2.5㎏에 달하는 고대 이집트 최고의 유물이다.
영국 요크대학교 역사학 연구팀은 15일 낸 조사 보고서에서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는 주인이 따로 있다는 기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황금 마스크의 귀고리용 구멍이 주인을 가린 결정적 단서라는 입장이다.
조사를 이끈 조앤 플레처 교수는 "1925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를 발굴한 이래 학자들은 귓불에 뚫린 귀고리용 구멍을 간과해 왔다"며 "고대 이집트 문화에서 귀고리를 착용한 이는 고위층 여성이나 어린이뿐이었는데, 투탕카멘은 9세에 즉위했기 때문에 성장하고 나서는 귀고리를 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는 "물론 투탕카멘도 어릴 때는 귀고리를 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세상을 떠난 18~19세 시점에는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그럼에도 황금 마스크의 귓불에 귀걸이 구멍을 냈다는 건 투탕카멘이 주인이 아니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투탕카멘은 이집트 신왕국 제18왕조의 12대 파라오다. 재위 기간은 기원전 1332년부터 1323년으로 생각된다. 부모 세대의 근친혼 탓인지 척추측만증과 구개열, 내반족 등 각종 병을 달고 살았다고 여겨진다. 사인도 불명확한데, 살인설도 있지만 현재는 말라리아, 혹은 전차 사고로 다친 다리 부상이 감염병으로 악화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조앤 플레처 교수는 "사실 투탕카멘의 마스크 자체가 성인 남성 파라오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다. 얼굴 부분의 황금은 다른 부분의 금과 함량이 다르고 땜질 흔적도 있다"며 "아마 투탕카멘이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대용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는 "파라오가 젊은 나이에 죽자 매장 준비, 특히 미라의 얼굴을 덮는 마스크가 제때 제작되지 못해 일단 타인의 것으로 대체했을 것"이라며 "묘실 내 벽의 도료에 덧칠 흔적이 있고 도색이 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묘가 봉인된 설도 그럴듯하다. 권력투쟁이 매장을 서두르게 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의문의 황금 마스크가 투탕카멘의 의붓어머니 네페르티티의 것일 가능성을 점쳤다. 언제 죽었는지 날짜도 알려지지 않았고 무덤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네페르티티는 투탕카멘의 아버지 아케나톤과 함께 이집트를 통치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조앤 플레처 교수는 "네페르티티는 남편의 죽음 이후 투탕카멘이 왕위에 오르기까지 짧은 기간 이집트를 다시 통치한 권력의 정점"이라며 "황금 마스크 수염 부분의 소재가 다른 것은 네페르티티의 것에 억지로 부착했다는 일부 가설이 타당함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