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스페인의 전쟁터에서 칼과 화살촉을 벼릴 목적으로 사용한 석기가 발굴됐다. 하필 모양이 기묘해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아보르 고고학협회(Arbore Arqueoloxía)는 17일 공식 SNS를 통해 중세 스페인 유적에서 주목할 만한 석기 하나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15세기 것으로 추측되는 이 석기는 약 15㎝ 크기로 중세 스페인에 축조된 석제 탑의 잔해에서 나왔다. 남자 성기를 본뜬 모양 때문에 고고학자들은 로마인들이 악귀를 쫓기 위해 깎은 남근상(phallus)으로 여겼으나, 앞부분에 묻은 쇳조각 분석 결과 숫돌로 드러났다.

고대 로마시대 부적을 떠올리게 하는 중세 스페인 숫돌 <사진=아보르 고고학협회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석기는 스페인 북서부 리아 데 비고 포구에 자리한 석탑 잔해에서 지난 5월 19일 발굴됐다"며 "전쟁에 요긴한 숫돌을 남근상처럼 만든 데는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숫돌이 나온 탑은 1476년 벌어진 스페인 이르만디냐 반란 당시 파괴됐다. 당시 귀족들의 억압적 봉건 제도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반란으로 총 130개에 달하는 성과 탑, 요새가 불탔다.

조사 관계자는 "중세 유적에서 숫돌이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남근 형태라는 것은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라며 "남근상이 주로 로마나 켈트 유적에서 발견된다는 점에서 이 연석은 분석할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길이 약 15㎝의 숫돌. 지배층에 대한 주민 반란으로 파괴된 석탑에서 나왔다. <사진=아보르 고고학협회 공식 홈페이지>

협회는 음경을 닮은 이 숫돌이 스페인을 비롯한 중세 유럽 사람들의 의외의 사고방식을 반영한다고 추측했다. 스페인 등 유럽에도 고대 로마와 마찬가지로 남근상이 유행했음을 시사하는 결정적 증거라는 게 협회 주장이다. 스페인은 5세기에 로마인들의 통치를 받았다.

조사 관계자는 "유적에서 나온 사물 하나가 한 문화의 전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면서도 "남근을 닮은 숫돌이 영주에 대한 반란으로 파괴된 석탑에 묻혀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간 몰랐던 스페인 문화의 단면을 발견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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