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물론 타인의 삶까지 박살내는 음주운전이 반복되는 과학적 이유가 새로 밝혀졌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샌안토니오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은 쥐를 동원한 최근 실험에서 알코올이 주의력과 관련된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 작용을 방해한다고 결론 내렸다. 노르아드레날린은 부신수질이나 교감신경말단이 분포하는 장기, 청반핵에 포함된 호르몬으로 충동 억제에 관여하는 뇌 영역에 영향을 준다. 

연구팀은 체내 이광자 영상(in vivo two-photon imaging) 기술을 이용해 알코올을 섭취한 쥐와 그렇지 않은 쥐의 뇌 활동을 실시간 관찰했다. 그 결과, 음주가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을 방해하는 사실을 관찰했다.

좀처럼 줄지 않는 음주운전 <사진=pixabay>

실험 과정에서 연구팀은 정상 분비된 노르아드레날린이 소뇌피질의 성상교세포 일종인 버그만 아교 세포(bergmann glia cell)의 수용체와 결합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세포 내 칼슘 대사가 활성화됐는데, 만취할 경우 노르아드레날린과 결합된 성상교세포의 칼슘 대사가 정상 대비 떨어졌다. 과도한 음주가 주의력과 자제력을 높이는 노르아드레날린의 정상 작용을 방해해 운전대를 잡게 한다는 이야기다.

연구팀 관계자는 “술만 마시면 휘청대며 걷는 것도 같은 이유로 판단된다”며 “소뇌가 운동 제어에 관여하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인데, 이번 발견으로 성상교세포가 뇌의 기본적 기능유지를 도울 뿐만 아니라 인지기능에도 관여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음주운전이 심각한 범죄임을 알면서도 반복되는 이유를 풀 열쇠로 평가된다. 아울러 음주운전을 원천적으로 막을 시스템 마련에 응용되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 여파에도 연말은 음주운전이 증가하는 시기다. <사진=pixabay>

실제로 음주운전은 중대한 범죄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일부 국가는 재산몰수, 심지어 사형제까지 도입했지만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가 적발 시 벌금형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윤창호법 등 음주운전 처벌이 강화돼 왔지만 술만 마시면 운전대를 잡는 행위는 여전하다. 한창 주가를 올리던 배우 배성우도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입건돼 이미지를 구겼다.

인간의 주의력에 영향을 주는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을 알코올이 방해한다는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도 소개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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