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초판이 발행된 기네스북은 대기록을 향한 인류의 집념과 의지를 대변한다. 지금까지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진기록이 세워졌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폐지된 부문도 적잖다.
아일랜드 양조회사이자 기네스북(Guinness World Records) 발간사 기네스는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네스북 역사 67년간 여러 이유로 폐지된 경쟁 분야들을 소개했다.
우선 담배 파이프 점화 시간 기록이다. 기네스북 기획이 시작된 1954년 두 개비의 성냥과 담배 3.3g을 사용해 얼마나 오래 불을 유지하는지 경기가 열렸다. 기네스는 흡연 자체가 질병으로 규정된 이후 이 부문을 제외했다.
파이 던지기 경쟁도 현재는 사라졌다. 바닥재 회사가 2010년 1월 7일 텍사스에서 개최한 경기에서 434명의 직원이 1200개나 되는 초코파이와 애플파이, 체리파이를 서로 던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목적은 고급 나일론 카펫의 방오 기능을 시연하는 것이었다. 식량 낭비라는 비난이 빗발치면서 폐지됐다.
기네스는 로스트비프 통째로 빨리 먹는 대회도 인정하지 않는다. 기네스북 1955년판에 따르면 1880년 독일인 요한 케플러가 42일 만에 소 한 마리 분량의 로스트비프를 먹어치웠다. 이 기록은 1990년판까지 이어졌지만 건강을 해친다는 비난을 받았다.
1시간 안에 많은 맥주를 마시는 경쟁도 지금은 열리지 않는다. 1969년 북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잭 키즈가 1시간에 무려 맥주 20.4ℓ를 들이켰지만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목소리 탓에 대회가 없어졌다.
가장 뚱뚱한 고양이를 선정하는 황당한 경쟁은 1998년이 마지막이었다. 기네스가 인정한 가장 뚱뚱한 고양이는 20.8㎏이나 나갔다. 비만이 동물에게 사람만큼 치명적이란 사실이 당시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낙타 레슬링(낙타 씨름)과 큰 여우를 사냥하는 경기도 같은 이유로 현재 사라졌다.
라이브 투어로 파괴된 기타 최대 수를 겨루는 분야도 기네스에서 퇴출됐다. 물건을 경시한다는 이유에서다. 기네스는 “물건을 함부로 대하는 것은 현대 가치관에서 보면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폐지된 이 분야 최고 기록은 영국 그룹 뮤즈의 매튜 벨라미(44)가 2004년 때려 부순 기타 140대다.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등 날리기는 화재 위험성과 환경오염을 이유로 기네스의 외면을 받았다. 2013년 5월 필리핀에서 세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열린 행사에서 등불 1만5185개가 하늘을 수놓아 기네스 세계기록으로 인정됐다.
동전 피라미드 경기는 팬이 많기로 유명하지만 현재 열리지 않는다. 1984년 미국 애리조나 출신 소년 마크 에드워즈(12)가 56㎝의 거대한 코인 피라미드를 만들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사용된 동전만 10만4000개다. 1센트 동전 제조에 문제가 생기자 부족 현상을 우려한 기네스가 경기를 중단했다.
단 1초간 전송된 최다 트윗을 가리는 부문도 없어졌다. 최고 기록은 2013년 8월 2일 작성된 14만3199회다.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 속 주문을 골수 팬들이 트윗하는 일명 ‘바루스 축제’에서 대기록이 작성됐다. 기네스 측은 통신장애를 우려, 더 이상 이 기록을 측정하지 않는다.
자동차로 세계를 빨리 여행하는 경쟁도 현재는 없다. 1991년 인도 콜카타에 거주하던 부부는 닛산 준중형 세단 써니로 25개국을 39일 20시간 만에 주파, 1위를 기록했다. 기네스는 사람들이 기록을 위해 각국의 법정 최고 속도를 밥 먹듯 어기자 폐지를 결정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