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년대 중반, 영국에는 고양이 정육점이 성행했다. 말만 듣고 소름 끼치는 사람도 있겠지만, 고양이 고기를 파는 곳이 아니라 고양이가 먹을 고기를 파는 전문점들이었다.
영국 빅토리아시대(1837∼1901)를 연구하는 사회학자 헨리 메이휴는 최근 연구자료를 발표하고, 1930년대까지 성행했던 고양이 정육점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헨리의 자료에 따르면, 19세기 영국 런던 같은 대도시나 그보다 규모가 작은 마을에서는 고양이 정육점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정육점 상인들은 저마다 고기를 푸짐하게 실은 나무 카트를 타고 다니며 마을을 이동했다. 규모가 보다 큰 경우 가판이나 판매점 형식의 정육점도 있었다.
당시 영국인들은 고양이나 개를 많이 키웠는데, 사료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아 고기를 먹이는 경우가 흔했다. 다만 일상적으로 고양이에게 고기를 먹이는 일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인들이 고기를 카트에 싣고 다니며 반려동물 애호가들의 시선을 끌었다.
고양이 정육점의 주요 품목은 말고기였다. 병이 들거나 나이가 들어 더는 일하지 못하는 말은 당시 사람들도 즐겨 찾는 먹을거리였다. 고양이와 개 정육점의 말고기 가격은 450g 당 약 1.29파운드(약 1900원)였다.
헨리 메이휴는 “1861년 런던에는 약 1000개의 고양이 정육점이 영업했다”며 “각 가정에 고양이 1마리 이상을 기르던 시절이며, 들고양이까지 포함해 30만 마리 분의 고양이 먹이를 이들이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고양이 정육점주들은 각각 자신이 정한 루트를 돌면서 많게는 수백 세대를 돌며 말고기를 판매했다. 당시 고양이들이 정육점이 오는 시간에 맞춰 뛰어나와 울어댈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다.
물론 고양이나 개 정육점을 싫어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허기에 지친 노숙인들이 고양이 정육점에 몰려들어 소란이 벌어지는 게 문제였다. 말고기 굽는 냄새가 악취라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었다.
고양이나 개를 위한 이 독특한 이동식 정육점은 오래된 문학작품에도 등장한다. 영국의 유명 화가이자 동물학자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저서 ‘시튼동물기’(1905)에서 고양이나 개를 위한 정육점을 제법 상세하게 언급했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고양이 정육점은 빅토리아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자취를 감췄다.
여담으로, 영국에서 유행한 고양이 정육점과 달리 고양이나 개의 진짜 고기를 유통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반려동물로서 보호하려는 단체들은 한국이나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남미 일부 국가들이 고양이와 개고기를 취급하는 사실을 규탄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