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 쉽게 화내는 사람일수록 손해를 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욱하는 성격은 심장이나 뇌에 무리를 준다는 학계 보고도 있다. 오죽하면 위대한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분노는 무모함으로 시작해 후회로 끝난다”고 경고했을까. 

미국 프레이밍햄주립대학교는 최근 연구를 통해 쉽게 화내는 사람들은 속임수에도 잘 넘어간다는 결론을 내렸다. 살아가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될 이번 연구결과는 10일 국제 학술지 ‘실험심리학 저널(Experimental Psychology)’에도 실렸다.

분노조절에 대한 영화 '성질 죽이기' <사진=영화 '성질 죽이기' 스틸>

이 대학 심리학자 마이클 그린스타인은 피실험자들에게 영화 일부분을 보여주고 인지테스트와 면담을 거쳐 심리변화를 살폈다.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눈 참가자들을 인지테스트와 면담 시 각기 다른 환경에 놓이게 하면 대답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가 실험의 핵심이었다.

실험 참가자 79명은 감독 겸 배우 앨버트 브룩스(74)와 메릴 스트립(71)의 1991년 영화 ‘영혼의 사랑(Defending Your Life)’ 중 약 11분을 감상했다. 이후 연구팀은 인지테스트 및 면담을 실시했는데, A그룹의 경우 아주 정중하게 진행한 반면 B그룹은 설명도 일부러 서투르게 하고 면담 시 모욕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이후 연구팀은 영화에 관한 퀴즈를 몇 가지 출제했다. 극중 줄리아(메릴 스트립)가 다니엘(앨버트 브룩스)과 대화하던 중 떨어뜨린 지갑의 행방을 물었다. 사실 영화에서 줄리아가 지갑을 떨어뜨리는 장면은 없는데, B그룹은 자신만만하게 지갑의 행방을 이야기했다. 반면 A그룹은 대부분 “지갑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험 참가자들이 감상한 영화 '영혼의 사랑' <사진=영화 '영혼의 사랑' 스틸>

B그룹 참가자들은 다른 질문에도 오답을 연발했다. 마이클 그린스타인은 “인지테스트와 면담에서 화가 난 B그룹은 영화 내용을 세세하게 기억하지 못했고 함정이 있는 퀴즈에 잘 속아 넘어갔다”며 “평정심을 잃고 욱하는 사람들은 인지력이 단기간에 떨어지는 것이 실험 결과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의 의미에 대해 그는 “일부 B그룹 참가자는 자신의 기억이 맞다고 호언장담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럴수록 정답률은 더 떨어졌다”며 “화를 잘내는 사람은 분석력과 주의력, 사고력이 한꺼번에 떨어질 수 있어 중요한 계약이나 결단 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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