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달로 보내는 ‘아르테미스 계획’의 핵심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 로켓 발사가 임박했다. 4일 오전 발사되는 SLS는 인류가 만든 로켓 중 크기와 추력, 페이로드 등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 100m 넘는 이 거대한 발사체가 하늘로 솟아오를 때, 발사대 주변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The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에 소개된 논문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60~1970년대 ‘아폴로 계획’에 따라 제작한 ‘새턴V’ 로켓의 발사 소음 등 엔진 위력을 둘러싼 괴담의 실체를 분석했다.

새턴V 로켓은 인류를 달에 보내는 ‘아폴로 계획’에 따라 1961년부터 개발됐다. 높이 110m, 총중량 2800t의 거대한 발사체로 F-1 엔진 다섯 개가 내는 추력은 3480만 뉴턴(약 3600t)에 달했다. 이런 스펙을 뛰어넘는 발사체는 SLS와 스페이스X의 ‘슈퍼헤비’ 뿐이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는 새턴V 로켓의 발사음이 워낙 강해 인근 콘크리트를 녹여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발사대로부터 1마일(1.6㎞) 앞에 돋아난 풀이 순식간에 타버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런 이야기들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레딧 등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된다.

1969년 아폴로 10 미션을 위해 발사대에 기립한 새턴V 로켓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초거대 로켓 관련 괴담을 분석한 연구팀은 새턴V 로켓의 소리에너지에 의한 순간적 온도 상승이 21℃에 불과하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음향 효율은 로켓 엔진 등 기계가 내는 출력이 어느 정도의 소리에너지로 변환됐는지 나타낸다”며 “새턴V의 경우 0.5%로 추정되며, 이는 최근 로켓인 스페이스X ‘팰컨9’의 0.31%를 상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음향 효율 0.5%를 대입해 계산하면 새턴V의 1단 S-IC의 전체 음향 파워 레벨(overall sound power level)은 203~204데시벨”이라며 “이 값은 S-IC 테스트 시 NASA가 측정된 것과 일치하는데, 아무리 낮게 잡아도 항공기의 1만 배 정도 소음을 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서 연구팀이 언급한 데시벨은 소리의 상대적 크기(음압 수준)가 아닌 소리에너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데시벨과는 정의가 다르다. 음압 수준이 10데시벨 떨어지면 소리에너지는 1만큼 하락한다. 참고로 인간이 귀로 들을 수 있는 파장의 하한선이 20㎐이므로 귀로 들리는 실제 로켓 발사음은 전체 소리에너지의 극히 일부다.

조사 관계자는 “새턴V 로켓의 음압 수준이 220~235데시벨에 달한다는 레딧 루머는 근거가 전혀 없다”며 “소리에너지가 아닌 소음 단위로 235데시벨이라는 것은 새턴V의 1단 엔진 출력이 고스란히 소리로 변환되더라도 1000개 넘게 있어야 가능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케네디 우주센터 제39발사대에서 새턴V 로켓 발사 시 최대 음량 추정치. 음량이 10데시벨 떨어지면 소리에너지는 10분의 1이 되기 때문에 거리가 멀어질수록 소리에너지는 작아진다. <사진=브리검영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로켓이 발사될 때 엔진 소리는 노즐이 아니라 일정 거리 이상에서 최대치가 된다. 이 거리는 엔진 노즐 직경의 10~30배 정도로 추정됐다.

조사 관계자는 “다양한 로켓 발사 시 측정된 값을 바탕으로 새턴V의 엔진 소리는 노즐로부터 81m 거리에서 순간적으로 최대 182데시벨(음압 수준)이었을 것”이라며 “음파로 인해 순식간에 대기압이 25% 상승하며 단열압축 효과로 21℃ 온도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단열압축은 공기를 압축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라며 “소리는 공기의 압축과 팽창이 파도로 전해지는 현상이므로 소리 역시 온도의 상승을 가져오지만 그 영향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작다”고 전했다.

4일 오전 발사에 도전하는 SLS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21℃ 온도 상승 폭이 음파의 영향으로는 매우 크지만 순간적으로 냉각되는 점을 고려하면 콘크리트를 녹이기는 역부족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반적으로 소리에 의한 영향은 거리가 멀수록 작아지므로 1마일 앞의 풀을 태울 수도 없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새턴V가 솟아오른 미국 플로리다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 우주센터 B39 발사대를 중심으로 한 소음 수준 그래프도 공개했다. SLS가 엔진 추력이나 크기 면에서 새턴V와 비슷한 만큼 4일 오전 발사될 SLS가 내는 소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반세기 만에 이뤄지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의 첫 단계인 ‘아르테미스I’ 미션은 SLS 발사로부터 시작된다. 오리온 우주선과 10개 실험용 큐브샛을 탑재한 SLS는 4일 오전 3시17분(한국시간) 발사될 예정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