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으로 꼽히는 게 '바퀴벌레 양갱'이다. 열차 꼬리칸 승객들을 먹이기 위해 바퀴벌레를 닮은 곤충을 통째로 갈아 단백질 바(Bar)를 만든다는 설정이 영화팬 사이에서 꽤 오래 화제가 됐다.
조만간 우리도 바퀴벌레 바를 먹어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식용 곤충'은 아직은 작지만 가장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19년 1억1200만 달러(약 1232억원)를 돌파한 데 이어 2020~2027년 연평균 26.5%의 성장을 기록, 2027년에는 46억3000만달러(5조6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식용 곤충을 위한 대규모 투자 소식도 줄을 잇고 있다.
식용 곤충이 주목받는 건 환경과 비용 면의 이점 때문이다. 소나 돼지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토지와 물 등 자원이 소비되고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 이에 비해 곤충이 소비하는 자원은 훨씬 적다.
곤충 단백질은 현재 사람보다는 동물 사료용이 주를 이룬다. 그리고 바퀴벌레 보다는 파리가 주로 사용된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탁월한 동애등에(black soldier fly) 유충은 절반이 단백질이고 불포화 지방산 17%와 항균물질까지 다량 함유, 펫 푸드용으로 가장 많이 쓰인다.
세계적인 펫 푸드 회사 요라(Yora)는 아예 자신들의 개 사료에 '가장 잘 소화되고 친환경적인 곤충 단백질로 만들었다'는 문구를 붙였다. 네슬레도 지난 11월 등애등에를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했다. 파리 단백질에 닭고기와 돼지 간, 식물 단백질을 조합했다.
개사료에 활용되는 식용 곤충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해서는 최근 블룸버그 뉴스를 참고할 만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식품업체 애그리프로틴(AgriProtein)은 동애등에 84억 마리가 매일 250t에 달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 치우며 연간 4000t에 이르는 단백질 사료를 만든다고 밝혔다. 애그리프로틴은 이를 통해 연간 1500만 달러(약 16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이 회사는 타임지가 선정한 '2018년 천재적인 기업'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람을 겨냥한 먹는 곤충 단백질의 보편화도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온타리오주 엔토모 팜즈(Entomo Farms)는 '인간이 소비하기 위해 엄격하게 곤충을 기르는 최초의 농장'이라고 주장한다. 농장에서 생산된 갈색거저리(딱정벌레목의 곤충)와 귀뚜라미 등은 캐나다 공장에서 가루 형태로 가공돼 스낵으로 만들어져 판매된다.
한국의 경우 전라남도 농업기술원이 지난해 12월 23일 갈색거저리를 이용한 초콜릿과 어묵, 쿠키, 양갱을 개발했다. 기술원은 벌레로 만들었지만 맛과 영양이 탁월하다고 홍보했다. 갈색거저리는 감칠맛을 내는 물질 글루탐산과 피부재생 효과가 있는 프롤린, 피부와 모질개선에 도움을 주는 리놀레산과 올레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는 게 기술원 설명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