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한 사망자 중 일부는 다시 심장이 뛰었으며, 사후 4분20초 뒤에도 심장 활동이 재개된 사례가 발표됐다.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떼어내기 전 대기시간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캐나다와 체코, 네덜란드 의사 20명은 29일 뉴잉글랜드의학저널을 통해 발표한 논문 '생명유지장치 제거 후 심장 활동 재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3개국 중환자실에서 진행된 이번 연구에서 의료진은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확인한 후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할 예정인 환자 631명의 가족에 동의를 구했다.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하기 전 15분과 사망 후 30분 동안 환자의 혈압, 심전도(ECG) 및 산소포화도를 추적하기 위해 모니터를 설치했다.
그 결과 5명의 환자(1%)가 심장 활동과 호흡 운동을 동시에 재개한 것으로 보고됐다. 또 완전한 모니터링 기록이 있는 480명의 환자를 분석한 결과 67명(14%)이 심장 박동을 한 번 이상 재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 활동이 재개되기 전 맥박이 멈춘 가장 긴 기간은 4분20초였다.
이러한 심장 활동 재개는 대부분 1~2분 사이에 관찰됐다. 일반적으로 한 번만 지속되거나 5초 미만이었다. 물론 환자 전원은 5분 이내에 사망했다.
이 연구는 장기 이식 문제 때문에 실시됐다. 주 연구자인 캐나다 온타리오 동부 어린이병원의 소니 다나니 박사는 "우리는 장기 기증에 대한 현재 기준을 재확인할 과학적 필요를 느꼈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환자 사망 후 최소 5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박사는 "대부분 장기 이식은 사망한 기증자로부터 장기를 제거하기 전 일정 시간 기다려야 하지만, 프로토콜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 다르다"며 "짧게는 2분, 최대 10분까지 대기하는 경우도 있어 통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미국 콜로라도에서는 신생아가 사망한 후 75초 만에 장기를 떼어내 논란이 됐다. 시간이 너무 길어 10분을 넘기면 조직 손상으로 장기가 쓸모없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연구팀은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내는데 부담을 느끼는 환자 가족에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22세 아들을 이번 연구에 참가시킨 온타리오의 헤더 탤봇이라는 여성은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에 모니터를 보고 '좋아, 아들은 한 번도 숨을 쉬지 않았고 그저 기계들이 움직인 것 뿐이었구나'란 생각이 들어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다나니 박사는 "장기 이식에 관한 프로토콜은 5분 규칙을 준수해야 하며,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면 타이밍을 조정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이 연구는 장기 기증 과정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